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441

낙타에 관한 질문 낙타에 관한 질문 / 나호열 낙타를 보면 슬프다 사막을 건너가며 입 안 가득 피 흘리며 거친 풀을 먹는다는 것이 사막에서 태어나서 사막에서 죽는다는 것이 며칠이고 사막을 건너가며 제 몸 속에 무거운 물을 지고 목마름을 이기는 것이 낙타를 보면 못 생겨서 슬프고 등 위로 솟은 혹을 보면 슬프다 .. 2009. 3. 1.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 풍경에 대하여 나호열 울음을 참으려고 얼굴을 감추었는데 한 줄기 숨결같은 바람에 그만 눈물을 글썽이는구나 뚝뚝 떨어지는 그런 눈물은 말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은어의 미끌림 너의 슬픔에는 왜 분내가 스며드는 지 몰라 물끄러미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끝내 얼굴은 보이지 않.. 2009. 3. 1.
누가 내 이름을 불러줄까 누가 내 이름을 불러줄까 나호열 날이 어두워진 줄 알았더니 내 눈이 어두워진 것이었다 먼 길을 갈 수 있는 힘은 누가 호명해줄까 기다리는 것 눈물이 앞 서 간 자리를 발자국이 덮어주는 것 그러니 나는 사라져 가는 것이다 간을 빼 놓고 화로 같은 심장을 꺼내놓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다란 입만 .. 2009. 3. 1.
눈부신 햇살 눈부신 햇살 나호열 아침에 눈부신 햇살을 바라보는 일이 행복이다 눈뜨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해맑은 얼굴을 바라보는 일이 행복이다 아무도 오지 않은 아무도 가지 않은 새벽길을 걸어가며 꽃송이로 떨어지는 햇살을 가슴에 담는 일이 행복이다 가슴에 담긴 것 모두 주고도 더 주지 못해 마음 아팠.. 2009. 3. 1.
갈매기의 꿈 갈매기의 꿈 나호열 마음이 하얀 새 늘 바다를 내려다보며 죽음의 유혹을 느끼며 흰 치마폭을 얼굴에 가리며 너울너울 獨舞를 추다가 저녁이면 그들도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그러하듯이 알 수 없는 섬으로 바다 한가운데 새로운 날들을 따뜻한 알로 보듬으려고 노을 한자락 접어 들고 2009. 3. 1.
Guest Room GS3 Guest Room GS3 나호열 누군가 머물다 간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열쇠를 비틀면 딱딱한 빵 같은 풍경 속에 나그네는 잠겨버린다 그 누군가의 흔적은 새로운 나그네가 도착하기 전에 완벽하게 닦여져 나갔을 것이다 이 방은 많은 상처를 안고 있다 걸레질에 밀려나간 사람의 냄새 소독 알콜처럼 빛나는 조명.. 2009. 2. 27.
제비꽃이 보고 싶다 p r a h a 제비꽃이 보고 싶다 / 나호열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들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보았다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떠들었다 듣지 않는 귀 보지 않는 눈 말하지 않는 혀 그래도 봄바람은 분다 그래도 제비꽃은 돋아 오른다 뜯어내도 송두리째 뿌리까지 들어내도 가슴.. 2009. 2. 27.
가시 p r a h a 가시 / 나호열 그 말이 맞다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아프다 내 가슴을 떼어내어 너의 가슴에 닿는 순간 가시가 되어야 하는 것을 그래서 네가 눈물 흘리는 것을 이번에는 네 가슴을 떼어내어 나에게 다오 씽긋 한 쪽 눈을 감고 나는 웃겠다 그 말이 맞다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기쁘다 2009. 2. 27.
저무는 길가에 서다 저무는 길가에 서다 / 나호열 갈림길이 눈 앞에 있는데 하늘을 쳐다 보거나 땅을 내려다 보거나 한다 누구든 빨리 이리로 가고 저리로 가는데 나는 아직도 저 수많은 별들이 더욱 밝아져 이 어둔 밤길의 끝이 스스로 열리기를 기다린다 나는 아직도 길섶에 박힌 사금파리나 돌부리들을 조심스럽게 치.. 2009. 2. 27.
바람소리 外 바람소리 外 / 나호열 바람소리 / 나호열 전화기 속으로 수많은 말들을 쏟아 넣었는데 먼 곳에서 너는 바람소리만을 들었다고 한다 돌개바람처럼 말들이 가슴으로부터 솟구쳐 올라 빙하의 목구멍을 지나는 동안 한 계절이 속절없이 지나고 텅 빈 머리 속에서 꽃이 졌던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처음부터.. 2009.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