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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441

폭죽 폭죽 / 나호열 물 같은 사람과 불 같은 사람이 만나서 물 같은 사람은 자신이 불이라 여기고 불 같은 사람은 자신이 물이라 생각하면서 결국은 물과 불이 한 몸이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 어느 평생이 필요할까 물이 불이 되려면 흐름을 멈추어야 하고 불이 물이 되려면 눈물을 배워야 할까 육신을 바꿔 .. 2009. 1. 30.
그림자들 그림자들 / 나호열 가는 길은 멀었는데 돌아오는 길은 더 멀다. 한 걸음씩 다가서는 일 한 발자국씩 뒷걸음 치는 일 탑을 쌓는 공력이 아니면 어림없다 불길을 키우는 저 바람 저 혼자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숨가쁜 나무들은 풀들은 죄를 뒤집어 쓰고 있다. 울컥거리는 뭉게구름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 2009. 1. 25.
해너미 p r a h a 해너미 / 나호열 네가 해 돋는 곳으로 달려갈 때 나는 말없이 뒤로 돌아 걸었다 한 없이 가벼워서 눈 뜨고는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불의 화원이 그 어느 경전보다도 가슴 덥힐 때 한나절이면 나는 어디든 끝에 도달할 것이다. 절벽 끝에 서 있는 풍화를 멈춘 탑이거나 앉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 2009. 1. 23.
사랑해요 사랑해요 / 나호열 당신이 듣고 싶은 말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러나 그 말은 너무 멀리 있네 단 하나의 침으로 허공을 겨누고 밤하늘 별들이 파랗게 돋아났으나 꿀벌은 지상으로 떨어져내려 이제는 슬픔도 늙어 가슴을 잃었네 우두커니 한 사람 정류장에 서 있으나 버스는 오지 않는다 걸어라 빙하기의 .. 2009. 1. 22.
세렝게티의 추억 세렝게티에서 / p r a h a 세렝게티의 추억 / 나호열 무엇으로 나를 부르던 상관이 없다 스스로 사냥을 하지 못하여 이글거리는 하늘을 배회하는 대머리 독수리 무방비로 강을 건너는 누우 떼의 발목을 잡는 흉측한 악어 게으르게 게으르게 암놈이 차려놓은 성찬에 윗자리를 차지하는 수사자 제 자식이 .. 2009. 1. 18.
*저녁 무렵부터 새벽까지 p r a h a *저녁 무렵부터 새벽까지 / 나호열 그대 외롭다면 저녁 무렵부터 새벽까지 걷고 또 걸을 일이다 희뿌움한 새벽 보다 가까운 곳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그대보다 힘 센 동물의 그림자로 가까이 다가온다면 그대 아직 외로운 것이 아니리라 그대 슬프다면 저녁 무렵부터 새벽까지 걷고 또 걸을 일.. 2009. 1. 14.
옆집 옆 집 / 나호열 벽에 가로 막히고 기둥으로 숨겨진 숫자로만 문을 여는 아득하게 은하계 저 건너편 먼 옆집도 있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주인 몰래 들어가 낮잠도 자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은은하게 가슴을 맞댈 수 있는 그런 먼 옆집도 있다 멀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등을 맞대지 않고 숨소리가 들리.. 2009. 1. 11.
바람의 흔적, 존재를 찾아서 "바람의 흔적, 존재를 찾아서" -폐사지에서- 중에서 나호열 ................................... 낯 선 곳으로의 이동은 경이롭다.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그러므로 어떤 묘사로도 담아낼 수 없는 그 어떤 곳이 존재한다는 것, 그곳에서도 뭇 생명과 마을과 사랑과 미움이 바람의 흔적처럼 남아 있다는 것이 눈물겨.. 2009. 1. 10.
타인의 슬픔 1 타인의 슬픔 1 / 나호열 문득 의자가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의자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으므로 제 풀에 주저앉았음이 틀림이 없다 견고했던 그 의자는 거듭된 눌림에도 고통의 내색을 보인 적이 없으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결합했던 못을 뱉어내버린 것이다 이미 구부러지고 끝이 뭉툭해진 생각은.. 2009. 1. 10.
새벽 새벽 / 나호열 문이 없는데도 열린다 열리면서 새로운 벽이 소금기둥으로 선다 p r a h a 2009.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