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441 7번 국도 kevin temple 7번 국도 / 나호열 북행, 밀려 내려오는 바람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밀려오는 외로움도 저와 같아서 저절로 눈시울 뜨거워지고 살이 에인다 남하하는 새떼들 묵묵히 하늘가를 스치고 난 후 한 마디 울음소리가 가슴에 서늘할 때 오른쪽 팔목을 잡는 바다 끝끝내 따라온다 줄 것도 없고 .. 2009. 2. 6. 그 길 그 길 / 나호열 구 백 걸음 걸어 멈추는 곳 은행나무 줄지어 푸른 잎 틔어내고 한 여름 폭포처럼 매미 울음 쏟아내고 가을 깊어가자 냄새나는 눈물 방울들과 쓸어도 쓸어도 살아온 날 보다 더 많은 편지를 가슴에서 뜯어내더니 한 차례 눈 내리고 고요해진 뼈를 드러낸 은행나무 길 구 백 걸음 오가는 .. 2009. 2. 5. 밤과 꿈 밤과 꿈 나호열 대체로 지상에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늦은 밤 하늘을 바라본다 검은 도화지에 무엇을 그릴 수 있나 망망하게 모르는 사람들이 눈빛이 마주칠 때 비로소 태어나는 별들 소름 돋듯 시름 위에 얹히고 멀기는 하지만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깊은 동굴 속에서 희미하게 바라보이는 아득하기.. 2009. 2. 5. 엉겅퀴꽃 엉겅퀴꽃 / 나호열 엉겅퀴 꽃 눈이 붉다 하늘이 너무 푸르러서 그 하늘 흘러내리지 않도록 눈동자에 담아놓느라고 엉겅퀴꽃 또 눈이 붉다 2009. 2. 5. 제멋대로, 적당하게 제멋대로, 적당하게 나호열 사방팔방으로 천 개의 팔을 가진 길도 밤이 되면 서서히 봉오리를 오무려 집으로 돌아간다 꼬리를 감추는 짐승처럼 잔뜩 어둠을 머금어 팽팽해진 산 속으로 차곡차곡 발자국 소리 쌓여가고 문득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적막한 그대 앞에 섰을 때 그믐으로 가는 달의 웃음.. 2009. 2. 5. 눈 내린 후 p r a h a 눈 내린 후 / 나호열 죽도록 걷고 또 걸었다 티눈 박히고 뭉그러진 발 경사가 심한 비탈을 뒤우뚱거리고 벼랑 옆을 위태롭게 건너왔던 탓에 못 생긴 발 눈은 그렇게 슬프다 한 마디 단어로 빛나고 은은하고 깊은 향기를 지닌 눈보라 후의 가득한 평온 그 두텁고 보기 흉한 발에 손을 내밀어 씻기.. 2009. 2. 5. 바람 옷 바람 옷 / 나호열 직각으로 떨어지는 햇살과 투명하다 못해 깨질 것 같은 옥빛 하늘이 만나면 사막이 되지 사막이 키우는 애비 없는 바람은 저 홀로 울음을 배워 갈 길을 잃은 사람의 옷이 되지 혼이 되지 가끔 꽃 피는 기색에 온 몸을 떠는 밤이 지나고 무거워진 바람의 무늬만 떨어져 전갈의 눈물은 .. 2009. 2. 5. 화병 花甁 p r a h a 화병 花甁 / 나호열 한 겨울 낟알 하나 보이지 않는 들판 한 가운데 외다리로 서서 잠든 두루미처럼 하얗고 목이 긴 화병이 내게 있네 영혼이 맑으면 이 생에서 저 생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나 온갖 꽃들 들여다 놓아도 화병만큼 빛나지 않네 빛의 향기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문 반의 발자국 .. 2009. 1. 31. 옛사랑을 추억함 外 옛사랑을 추억함 / 나호열 나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나 꽃 피고 바람 불고 속절없이 죄다 헐벗은 채로 길가에 서 있었던 때가 있었나 이제는 육탈하여 뼈 조각 몇 개 남았을 뿐인데 얇아진 가슴에 돋아오르는 밟을수록 고개 밀어 올리는 못의 숙명을 닮은 옛사랑이여 나는 아직 비어 있는 새장을 치우지.. 2009. 1. 30. 노을 시편 모음 노을 / 나호열 -곰소바다 이 세상 어둠 밝히는 모든 불빛은 고기대신 서해바다 노을을 끌고 돌아오는 곰소항 목선 그물 속에 있다 노을 / 나호열 한 잔의 붉은 술을 마신다 노을 속으로 뒷모습을 남기며 떠나간 사람 취하여 또 한 잔 노을은 자꾸 붉어지고 긴머리 그 사람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자꾸 .. 2009. 1. 30.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