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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839

그 섬 거문도 / 최경선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39 [최경선] 그 섬 거문도그 섬 거문도최경선 곱발 디디면 바다가 보이는 고만고만한 돌담 집이거나 얼기설기 묶인 지붕 너머 바다의 정수리가 훤히 보이거나 몇 발짝 골목을 나서면 시푸른 바다로 통하는 곳이다 혀 둥www.cnpnews.co.kr 2025. 2. 21.
눈치 없이 핀 꽃 (외 1편) / 정선희 눈치 없이 핀 꽃 (외 1편) 정선희 엄마는 금기어였다 금기어를 키우지 못해서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던 그녀의 손이 목련 비늘처럼 떨어졌다 새는 남쪽 나라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목에 걸린 가시를 밥과 함께 꿀꺽거절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울지 않는 아이의 눈꼬리는 길다한글보다 눈치를 더 빨리 깨친다 엄마 없는 표시를 내지 않으려고잘 숨기고 들키지 않는 법을 배웠다 오랫동안 무언가 목에 걸려물을 마시고 기침을 해도 내려가지 않는다말을 할 때마다 캑캑거렸다 의사가 매핵기라고 해서잔기침을 쏟았다삼켜지지 않는 말들을 울대에 붙인 채 살고 있나요? 매화꽃 지면 탐스런 매실과 함께엄마라는 시큼한 금기어도 주렁주렁하다 새를 바라보는 서쪽의 시간 한 몸짓이 생의 단면에부딪히고 있다 유리벽.. 2025. 2. 10.
겨울을 잃고 나는 (외 2편) / 한혜영 겨울을 잃고 나는 (외 2편) 한혜영 나는 흰옷을 걸쳐본 지가 오래된 종려나무, 소금기에 푹 절여진 꼬리를 끌고 해안가를 어슬렁거려요 마음은 죽을 자리를 찾는 늙은 늑대 같기도 하고 조문을 다녀가는 시든 꽃 같기도 하고 찢어질 대로 찢어진 깃발 같기도 하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겨울을 잃은 것들은 다 그래서 혀가 포도나무 덩굴처럼 길어졌어요 살려면 닥치는 대로 생각을 잡고 올라야 해요 아니면 녹아서 줄줄 흐르니까 얼음조각처럼 잘 생긴 배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얼굴이 바닥에 질펀해요 뱀은 늘어질 대로 늘어진 혈관을 끌고 서늘한 굴을 찾아가지요 ​ 저기서 시계바늘을 휙휙 돌리는 여자! 아직도 홈쇼핑의 채널을 지키네요 세상엔 없는 계절을 파는, 소.. 2025. 2. 10.
레몬의 창가에서 (외 2편) / 지관순 레몬의 창가에서 (외 2편) 지관순 나무를 잠가버린 건 내 잘못가지가 환해지려면 우정이 필요하고 레몬의 신맛에 대해서는 누구나 관대해질 수 있다 레몬의 말투를 우려낸 창틀무릎선을 눈썹까지 밀어 올린 지붕들땅딸보 아저씨네 강아지는 아직도 꽃씨를 물어뜯을까 레몬을 반으로 자르면 세계에 불이 켜진다 말하자면흰 고양이의 춤과음표를 파고드는 손가락무혐의를 흔드는 저녁의 지느러미 고백하는 것만으로 창가는 어두워지고 레몬을 모두 꺼버린 나무 아래너와 내가서로의 절반이 아닐 확률은 얼마나 될까 잘 부탁해풀밭 서재에 꽂힌 어느 계절의 안녕들그러니까 한 번 열리면 닫히지 않는 레몬의 저녁들 부불리나의 침대 오르탕스 부인보다는 부불리나, 그렇게 불러주세요무슨 나팔 이름 같지만 이것은내 허리에 감았던 깃발을 기념.. 2025. 2. 10.
가로수 옆에 가을이 머뭇거리는 사이 / 한영수 가로수 잎에 가을이 머뭇거리는 사이 한영수 시내버스를 탔다 뜬금없이광화문에서 정릉 가는 길을 붙잡아경복궁을 지나고뒤로 뒤로환기미술관을 지나고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시린 별 같은 것이나생각하면서 눈은 맑아의자처럼 앉아서 아무 생각도 안하면서때가 되면 버스는나를 종점에 내려놓으리니어디만큼 왔나얼마를 더 가야 하나낯선 거리두리번거리지 않아도때가 되면 저절로시간의 버스는모가지가 무거운 계절의 종점에나를 내려놓으리니햇님유치원 산장설비 청수약국 같은쓸데없는 간판이나 찬찬히 읽으면서저기 떨어지는 해처럼한 줄 남은 영혼의 눈썹이나높아 외로운 봉우리에 그려보면서북한산 자락을 에돌고 돌아 아직가을이 가로수 잎에 머뭇거리는 사이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1970년 뉴욕전. .. 2025. 2. 9.
청태전*을 덖다 (외 1편) / 김성신 청태전*을 덖다 (외 1편) 김성신 차마 멀어지는 것들 뒤로낯익은 죽음이 젖은 손을 흔든다 나는 지금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도육신이 뜯겨나가는 엽록의 生을 본다그것은 새로운 옆을 향해 손을 모으고 아침을 맞는 일,잘록한 옆을 기꺼이 내주는 것 두 눈을 뾰족 세운 채촘촘히 쓸어 모은 근심을소나기로 내려서늘한 울음으로 깔았지 그늘이 말린 찻잎 절구로 찧어내는 손끝에봄 내내 뒹굴던 볕 잘게 부서지고잎맥을 떼어낼 때마다아프단 말은 가루가 되어 갔지바스락거리다 이내 주저앉아 곁이 되었어 멀어지는 순간을둥글게 말려 구멍을 뚫은 뒤이끼들 사라진 시간으로 입히면그늘은 푸름을 껴안고버려진 말들도 모닥모닥 발효시키겠지잘 썩은 사람의 겨드랑이에서 나는 풀냄새를오래도록 맡고 싶은 저녁 그때, 그늘은 온전하게 한 땅을.. 2025. 2. 9.
담양 / 고성만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37 [고성만] 담양담양고성만삼사백 년 전 나무들이번호표 단 사람같이 서 있는 곳흰 눈 옴팍 뒤집어 쓰고당신을 기다리는 곳언젠가 올 그날을 위해물가에 우뚝우뚝 서서제 모습 비춰보는 곳부끄러움 살피는 곳www.cnpnews.co.kr 2025. 2. 4.
겨울밤 / 조하은 [조하은] 겨울밤 - https://naver.me/Fpxe9gMW [조하은] 겨울밤겨울밤조하은덧쌓인 눈에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간간이 들리는 산중 마을아기 너구리 한 마리가 깜빡이는 차 불빛에도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다달빛 아래 기대선 야윈 발 위에 마른 나뭇잎 하www.cnpnews.co.kr 2025. 2. 4.
폭설 그 이후 / 최경선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75 [최경선] 폭설 그 이후폭설 그 이후최경선첫눈이 폭설로 바뀌자 소가지 없이 납신거리던 바람팔백 년 살아온 노거수 앞에 칼을 들이댑니다​강강하던 나무 하얗게 질리고혹한을 견뎌 보자고 있는 힘껏 더뎅이 털어www.cnpnews.co.kr 2025. 2. 4.
고향, 그 의미 / 최양순 [최양순] 고향, 그 의미 - https://naver.me/G7VffoOS [최양순] 고향, 그 의미고향, 그 의미최양순​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고향,집으로 가는 오솔길 하나 지워진 것처럼발길이 뜸해지고 머뭇거려집니다​일손 바쁘다는 오라버니의 안부가발길을 이끌었습니다모처럼 고향www.cnpnews.co.kr 2025.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