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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숭어 / 고성만

by 丹野 2009. 3. 4.

 

 

   숭어

 

   고성만




    내가 처음 세상을 안 것은 구멍을 들여다본 다음이었

다 

     어둠 속에는 삼십 대에 홀로 된 이웃집 아주머니의 느

끼한 웃음소리 갈래머리 계집애의 보조개 숲으로 끌고 들

어간 여자의 입술이 놓여 있었다

   수문 근처, 팔뚝만한 물고기가 오르내리는 꿈

   내가 처음 세상을 절망한 것은 구멍에 손을 넣어본 다

음이었다

   리어카 위 더러운 천 아래로 삐죽 빠져나온 검은 발을

본 그 해 오월, 숭어가 올라오는 계절

   으름 모양의 둔덕을 지나 뻘밭 속으로 쑤욱 들어가는



   그 후 내 그리움엔 썩은 냄새가 풍겼고 털이 자라기 시

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