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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바람 거울 / 윤은경

by 丹野 2009. 3. 4.

 

 

 

   바람 거울 

 

   윤은경

 

 

   버즘나무가 서 있다 버즘나무가 누런 잎을 발밑에 내려

놓는다 가실볕이 성글어 나의 시간도 서쪽으로 휜다

 

   무장무장 산국 핀 언덕을 지나 아버지 산소 가는 길

 

   그것도 무게라고 서둘러 몸 내려놓는 나무 아래

   흉터에서 흉터로 옮겨가는 슬픔을,

   별에서 나무로 꽃잎에서 영원으로 가는 시간을 들여다

본다

 

   들판의 여린 볕 거두고 나무에서 꽃에서 내 눈에서 한

바지게씩 어둠을 져 나르는 바람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