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미래
윤은경
허공 한 장이 미늘에 낚여
파르르 떨고 있네
마른 껍질 가르고 올라온 청미래 덩굴
한없이 느리고 지루한 박자가 가파른 허공 계단 오르고
있네 밤새 앓던 뜬눈의 골짜기, 잠깐 바람이 호흡을 멈춘
사이, 몇 방울 푸른 수액의 힘이, 늦은 봄날을 컹컹컹 울리
네
제풀에 제 몸을 휘감고 마는, 불안의 바닥까지 훤히 보
이는
길의 먼 끝 청미래 모른다 모른다
도리질하면서 어느 틈에 컴컴한 허공 하나 휘익 감아
오르는
사랑이여,
누가 여기 슬프로 야멸친 목숨 하나 꽂아 두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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