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청미래 / 윤은경

by 丹野 2009. 3. 4.

 

 

 

  청미래 

 

   윤은경

 

 

   허공 한 장이 미늘에 낚여

   파르르 떨고 있네

 

   마른 껍질 가르고 올라온 청미래 덩굴

   한없이 느리고 지루한 박자가 가파른 허공 계단 오르고

   있네 밤새 앓던 뜬눈의 골짜기, 잠깐 바람이 호흡을 멈춘

   사이, 몇 방울 푸른 수액의 힘이, 늦은 봄날을 컹컹컹 울리

 

    제풀에 제 몸을 휘감고 마는, 불안의 바닥까지 훤히 보

이는

    길의 먼 끝 청미래 모른다 모른다

   도리질하면서 어느 틈에 컴컴한 허공 하나 휘익 감아

   오르는

  

   사랑이여,

   누가 여기 슬프로 야멸친 목숨 하나 꽂아 두었을까

 

 

 

'이탈한 자가 문득 > 향기로 말을거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농담 / 이재무  (0) 2009.03.08
진실, 반어적反語的 진실 / 유안진  (0) 2009.03.06
바람 거울 / 윤은경  (0) 2009.03.04
해자의 추억 / 고성만  (0) 2009.03.04
숭어 / 고성만  (0) 2009.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