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거울
윤은경
버즘나무가 서 있다 버즘나무가 누런 잎을 발밑에 내려
놓는다 가실볕이 성글어 나의 시간도 서쪽으로 휜다
무장무장 산국 핀 언덕을 지나 아버지 산소 가는 길
그것도 무게라고 서둘러 몸 내려놓는 나무 아래
흉터에서 흉터로 옮겨가는 슬픔을,
별에서 나무로 꽃잎에서 영원으로 가는 시간을 들여다
본다
들판의 여린 볕 거두고 나무에서 꽃에서 내 눈에서 한
바지게씩 어둠을 져 나르는 바람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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