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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오래된 농담 / 이재무

by 丹野 2009. 3. 8.

 

 

 

오래된 농담

 

이재무


-물은 본디 소리가 없다 물이 소리 있음은 곧 그 바닥이
고르지 못한 까닭이다[채근담]. 내 고르지 못한 생의
바닥 때문에 물처럼 고요했던 그대들이 내지른 그 모든
소란이여, 두루두루 미안하다


바위의 허리에 매달려 소용돌이치며
크게 울고 있는 물방울은
어제 바닥이 험한 냇가를 걸어왔다
그러나 나는 안다 먼 훗날
저 물방울은 아주 고요한 얼굴로
강의 하류를 한가롭게 걸어갈
것이란 것을 三日樹下 떠돌이
건달인 나는 어제 강의 상류에서
허리가 반쯤 꺽인 채 생을 접고
울고 있는 꽃 한 송이 보고 왔다
그런데 오늘 바람도 없는데 길가
풀 한 포기 웃자란 키 우쭐거리며
방자하게 웃고 있다 오, 님이여.
새삼 생각하노니 삶이란
얼마나 넓고도 깊은 농담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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