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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누옥의 세월 / 이재무

by 丹野 2009. 3. 8.

 

 

누옥의 세월

 

이재무


외길에 대한 맹목처럼

아름다운 것이 있으랴 이미 갈 길 다 걸어간 이의

뒷모습 흔들리는 생 속에서도 나는 찬탄으로 우러렀거니

그러나 확신으로 걸어온 길 꼬리 감추고

나를 버리는 이정표 없는 낯선 마을의 저녁

바람 앞의 잔가지로 나는 불안하다

발목 부여잡고 가는 길에 질문 거는 잡풀이여

이 누옥의 세월 너와 나란히 서서

길고 추운 밤을 견디면 어제의 믿음

다시 얼굴 내밀까 생각하는 동안에도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