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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심금의 무늬 / 이기철

by 丹野 2009. 3. 9.

 

 

 

심금의 무늬

 

이기철


심금의 선홍 무늬가 연애라 해도
누가 누란의 꽃을 딸 수 있는가
마취의 열락이 나를 끌고 백척간두의 절벽으로 갈 때
몸의 양식을 쪼개 그대의 오지에 독배를 붓는 사람은 누구인가
또 꽃 피는 마음에 오늘은 낯선 해후에 닿고 싶어
치사량의 연애를 마신다
닿은 곳이 아름다워 생의 뒤켠을 돌아보고
혹사와 회한에 무릎 끓어 그의 부침浮沈을 찬탄하느니
독약의 시간에 깃들이지 않으면 생의 무료가 노도가 되리

또 염열이 흉금에 번져
화염에 맛들인 상처의 조각을 촉수로 헤느니
정염은 나를 끌고 가는 극약의 처방
한 연애가 생을 지필 때
나는 새 신 신은 유년의 발로 신성한 풀숲을 밟고 간다

절벽을 헤매던 날들이어
나는 독약처럼 무성한 시간을 꺾어
한 가지에 피어나는 이종異種의 꽃을 맞고 싶다
해금의 아침을 끌고 오는 고혹의 음악처럼
심금의 무늬는 독이毒栮로 피어
다시 오는 생을 끊기지 않는
피혁으로 포박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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