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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by 丹野 2009. 3. 9.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이기철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사라질 때
저녁 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 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