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오디가 검붉게 익어가는 무렵, 아름다운 갈참나무 풍경 | |
[2013. 7. 1] | |
영주 병산리 마을 어귀의 동산에 우뚝 서 있는 도토리나무는 참나무 종류의 나무 가운데 하나인 ‘갈참나무’입니다. 신갈나무 상수리나무를 비롯해 굴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와 함께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의 한 종류이지요. 갈참나무는 물론이고, 참나무과에 속하는 대개의 나무들이 우리와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 온 나무입니다. 하지만 너무 친한 탓일까요? 크고 오래 된 나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 특징을 돌아본다면 병산리 갈참나무는 흔히 볼 수 없는 큰 나무입니다. | |
앞에서 참나무과 나무 가운데에는 오래된 나무는 많지 않다고 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 쓰임새가 많아 적당히 자란 나무를 베어내 쓴 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게다가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보니, 굳이 보호해야 할 필요를 느껴야 할 만큼 희소성도 없었을 겁니다. 또 소나무를 극진히 보존하기 위해 금송령(禁松令)까지 내렸던 조선시대에는 산에서 땔감을 구하는 백성들에게 소나무 대신 참나무 종류의 나무들을 베어 쓰라고까지 했으니까요. | |
산림청에서 지정한 보호수 가운데에는 물론 갈참나무도 있습니다. 2013년 7월 현재 18그루가 갈참나무 보호수로 지정돼 있지요. 그 가운데에는 키가 25미터나 되는 큰 나무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개의 갈참나무 보호수는 키가 15미터 안팎의 크기로 기록돼 있습니다. 은행나무 느티나무에 비하면 조금 작은 규모이지만, 소나무 종류에 비하면 그리 작은 건 아닙니다. | |
육백 살 정도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제285호 영주 병산리 갈참나무의 키는 14미터가 채 되지 않고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3.5미터에도 못 미칩니다. 키나 굵기 등 모든 면에서 분명 큰 나무라고만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병산리 갈참나무는 여느 천연기념물 나무에 비해 매우 아름다운 나무임에 틀림없습니다. 동산 위에 다소곳이 서있는 아담한 자태는 다른 어떤 큰 나무에서도 볼 수 없는 깔끔한 인상입니다. 나무가 서있는 주변 환경과 어울린 분위기 또한 그지없이 평화롭습니다. | |
천연기념물로 이 나무를 지정하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 가운데에는 무엇보다 나무가 지난 아름다운 자태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 때문이지 싶습니다. 이 나무의 아름다운 자태를 한번 본 사람들이라면 언제까지라도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병산리 갈참나무의 단아한 인상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저로서는 영주를 떠올리면 ‘부석사’ ‘소수서원’보다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병산리 갈참나무입니다. | |
병산리 갈참나무는 창원황씨(昌原黃氏)의 황전(黃纏)이라는 사람이 통례원(通禮院)의 봉례(奉禮)라는 벼슬을 하던 조선 세종 8년(1426)에 심었다고 전하지만,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기초로 하여 나무의 나이를 육백 살 가까이 된 것으로 짐작하는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나무는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목으로 마을 어귀를 지켜왔고,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나무에 동제(洞祭)를 지내왔습니다. 동제를 소홀히 하면 마을에 흉한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전해올 만큼 나무는 오랫동안 극진히 보호된 것입니다. | |
지난 번 [나무 편지]에서 ‘나무 편지 추천 이벤트’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벌써 몇 분은 주변의 아름다운 벗들에게 나무편지를 추천해주시는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이달 말까지 통계를 내서 이미 말씀드린 대로 다섯 분께 제 책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나무편지를 추천해주시려면, 홈페이지 솔숲닷컴의 왼쪽 메뉴 가운데 [나무편지 추천하기]에 들어가셔서 글을 남겨주셔도 되고, 홈페이지 접속이 불편하시다면 제게 이메일(gohkh@solsup.com)로 직접 알려주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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