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갖춘 나무의 슬기 | |
[2013. 7. 8] | |
이 닛사에서 꽃이 피었습니다. 하기야 세상의 모든 나무에서 꽃이 피는 건 당연한 이치이니, 닛사에서 꽃이 피어난 게 그리 대단한 일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꽃이 아니어도 늘 바라보게 되는 인상적인 나무인 까닭에 그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비로운 꽃에는 시선이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십오 년 째 천리포수목원을 찾아다니는 저로서도 닛사의 꽃에 이처럼 긴 시간 눈길을 빼앗긴 건 그리 흔치 않은 일입니다. | |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초여름의 천리포수목원은 봄 못지 않게 눈길을 끄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바닷바람 때문인지, 천리포수목원에서는 봄도 그렇지만 여름의 발걸음도 매우 늦은 편입니다. 우리와는 기후가 다른 곳에서 자라던 식물들이 많은 것도 식물의 개화기를 특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겁니다. 지난 유월 말에 제게 가장 눈에 뜨인 나무는 그래서 봄에 꽃을 피우는 산딸나무 종류였습니다. | |
산딸나무는 층층나무에 속하는 나무입니다. 층층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는 산딸나무 외에도 층층나무와 말채나무 산수유 등이 있습니다. 층층나무과의 나무들은 이름에서 보는 것처럼 대개 가지를 옆으로 넓게 펼치되 층층이 단을 이루며 펼치는 특징을 가지지요. 층층나무 종류 중에서도 이처럼 층층이 단을 이루며 가지를 펼치는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나무가 아마도 산딸나무일 겁니다. 멀리서 바라봐도 산딸나무가 층층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습니다. | |
나뭇가지 전체에 환한 꽃을 매달고 피어나서 갑자기 나무 주위가 환해진다는 느낌을 주는 산딸나무는 어쩌면 가지 전체에 환한 알전구를 촘촘히 매단 듯한 느낌도 줍니다. 천리포수목원의 산딸나무는 종류가 어렷이어서, 순결한 흰 빛으로 피어나는 꽃은 물론이고, 연한 핑크 빛으로 피어나는 꽃까지 다양합니다. 빛깔이 어찌 됐든 최소한 이 즈음에는 탐스러운 꽃이 화려한 산딸나무 곁에서 어떤 나무도 지나는 사람의 눈길을 탐할 수 없을 것입니다. | |
꽃이 워낙 작다 보니, 벌이나 나비의 눈에 뜨이지 않을 것을 걱정한 산딸나무는 나름대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찾아냈습니다. 벌과 나비와 같은 수분곤충의 눈에 뜨일 만큼 돋보이는 무언가로 스스로의 꽃을 포장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꽃잎처럼 보이는 부분입니다. 이건 원래 꽃받침이었는데, 꽃을 수분곤충의 눈에 뜨이도록 더 아름답게 변형시켜 지어낸 기관입니다. 식물학적으로는 '포(苞)'라고 부르는 특별한 기관이지요. | |
천리포수목원의 나무를 이야기할 때에 많은 분들이 ‘언제가 가장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 자주 찾기 어려우셔서, 기왕에 마음 먹고 간다면, 가장 아름다울 때에 찾으시려는 마음이겠지요. 그러나 이 질문에 답변 드리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사시사철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고, 그 특징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은 결코 절대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독자적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련이 아름다운 수목원이라는 이유로 대개는 목련 꽃 필 무렵에 방문하시면 좋으리라고 답변 드리곤 합니다. | |
이제 ‘나무 편지’를 띄우며 천리포로 떠나겠습니다. 여느 계절에 비할 수 없이 다양한 꽃들이 활짝 피어있는 그곳에서 싱그럽게 흐르는 여름의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고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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