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 Story] '바다의 쌀' 정어리의 위기탈출법은?
한국사진기자협회 입력 2013.07.05 14:00
필리핀 세부섬 모알보알. 바다 속에서 주변을 살피는데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느껴졌다. 머리 위를 올려다보니 수만 아니 수십만 마리의 정어리가 하나로 뭉쳐진 채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을 가려버린 엄청난 수의 정어리, 정어리, 정어리들……. 휘어 감기며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무리는 어느 순간 갈라지나 싶더니 다시 뭉쳐져 행군대열로 나서는데, 그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지켜보다 나도 모르게 무리 속으로 향하고 말았다. 하지만 정어리는 이방인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를 밀어내듯 정어리는 필자의 몸짓에 따라 물러섰다 다가오기를 반복했다. 한동안의 밀고 당김은 그들과 동화될 수 없는 필자를 외롭게 만들었다. 한발 떨어져 그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거리를 두고 본 정어리의 군무는 기기묘묘하기만 했다. 뭉쳤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다시 뭉쳐드는 형상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고, 장엄하다 못해 신비로웠다.
정어리들의 몸짓에 넋을 놓고 있는데 멀리서 바다거북 한 마리가 정어리를 노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무리를 이룬 정어리 떼는 수많은 눈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여서 어느 방향에서 포식자가 접근하든 어느 한 마리에게는 들키고 만다. 바다거북을 가장 먼저 발견한 정어리 한 마리가 몸을 숨기기 위해 보다 안전한 무리 가운데로 파고들면 주위 정어리들이 연쇄적으로 몸을 숨기면서 무리 전체는 더욱 조밀하게 뭉쳐져 피시 볼(Fish ball)을 형성한다. 수만 마리의 정어리들이 동시에 지느러미를 강하게 퍼덕이는 바람에 귓가에는 '윙~'하는 진동음이 강한 파장으로 남았다. 결국 정어리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덩어리에 위압감을 느낀 바다거북은 정어리 사냥을 포기한 채 쫒기 듯 멀어져가고 일상으로 돌아온 정어리들은 다시 대열을 정비하며 그들만의 몸짓을 되풀이했다.
계절 회유성인 정어리는 바다생태계에서 중요한 어류로 '바다의 쌀'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정어리가 플랑크톤을 먹고 성장한 후 고등어와 명태, 가다랑어, 방어, 상어 등 육식성 어류뿐 아니라 물개와 고래 같은 포유류나 바다거북 같은 파충류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정어리 떼에 대한 기록은 자주 등장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1923년에 함경도 해안으로 엄청난 수의 정어리 떼가 몰려왔었다. 얼마나 양이 많았던지 바닷가에 밀려온 정어리를 주워 모은 것만 집집마다 몇 가마씩 되어 이를 절여두기 위한 소금이 품귀현상을 빚었고, 300톤급 기선이 정어리 떼에 막혀 항해를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1939년에만 120만 톤의 어획고를 올려 단일 어종으로는 세계적인 기록을 세우는 등 절정기를 맞았었다. 과거 정어리기름은 선박용 연료로도 사용되었는데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준비하면서 우리 연안에 대규모로 몰려드는 정어리 떼에 고무되었다가 1939년을 정점으로 회유량이 줄어들자 연료난으로 타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촬영장소 : 필리핀 세부
사진기자 박수현(국제신문) / 출처 : 한국사진기자협회 사진기자 갤러리 'Sea Story'
계절 회유성인 정어리는 바다생태계에서 중요한 어류로 '바다의 쌀'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정어리가 플랑크톤을 먹고 성장한 후 고등어와 명태, 가다랑어, 방어, 상어 등 육식성 어류뿐 아니라 물개와 고래 같은 포유류나 바다거북 같은 파충류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정어리 떼에 대한 기록은 자주 등장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1923년에 함경도 해안으로 엄청난 수의 정어리 떼가 몰려왔었다. 얼마나 양이 많았던지 바닷가에 밀려온 정어리를 주워 모은 것만 집집마다 몇 가마씩 되어 이를 절여두기 위한 소금이 품귀현상을 빚었고, 300톤급 기선이 정어리 떼에 막혀 항해를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1939년에만 120만 톤의 어획고를 올려 단일 어종으로는 세계적인 기록을 세우는 등 절정기를 맞았었다. 과거 정어리기름은 선박용 연료로도 사용되었는데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준비하면서 우리 연안에 대규모로 몰려드는 정어리 떼에 고무되었다가 1939년을 정점으로 회유량이 줄어들자 연료난으로 타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촬영장소 : 필리핀 세부
사진기자 박수현(국제신문) / 출처 : 한국사진기자협회 사진기자 갤러리 'Sea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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