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몸은 알고 있다 / 신현락

by 丹野 2009. 3. 19.

 

 

 

몸은 알고 있다

 

신현락

 

 

 

기억이란 불완전한 형식이다

가령 꿈 깨고 나서

꿈의 내용이

도통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내 몸은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아픈 내 허리와 다리는

분명 꿈의 형식을 말해주는 듯할 때가 있다

지금 나는 잊고 있지만

내 몸은 알고 있다

일어나 창 밖을 본다

대지는 안개에 싸여있다

가로등 불빛이

저기에 길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길은 보이지 않아도

길은 거기에 있다

그대와 같이 가던 그 길을

내 팔다리는 분명 알고 있다

꿈속의 어디에서

내 몸이 허우적거렸는지

나의 온몸으로 얼마나 그대를 그리고 있는지

기억되는 것과

보이는 것은 내 몸만큼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