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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흔들림 / 신현락

by 丹野 2009. 3. 19.

 

 

 

흔들림

 

신현락

 

 

굳은 갯벌에 찍혀 있는 새들의 발자국

그들이 날아간 이유를

아로새긴 아픈 상형문자

 

사내들은 그물을 들고

새 발자국 위에 자기들의 발자국을 찍으며

맨발로 바다로 갔다.

먼 후일 화석으로 출토되면

이 발자국들은 어떤 문장으로 읽힐까?

 

가까운 공장의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

검은 머리 풀고 하늘길 가고,

폐수는 지하로 잠행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고기를 잡으러 간 사내들이 죽은 새를 들고 왔다.

갈대숲은 검은 상장을 달고

바람의 조문을 받아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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