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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가을 法語 / 장석주

by 丹野 2009. 3. 14.

 

 

가을 法語

 

장석주

 

 

태풍 나비 지나간 뒤 쪽빛 하늘이다.

푸새것들 몸에 누른빛이 든다.

여문 봉숭아씨방 터져 흩어지듯

뿔뿔이 나는 새 떼들

황토 뭉개진 듯 붉은 하늘이 삼킨다.

 

대추 열매에 붉은빛 돋고

울안 저녁 푸른빛 속에서

늙은 은행나무 샛노란 황금비늘을 떨군다.

쇠죽가마에 괸 가을비는

푸른빛 머금은 채 찰랑찰랑 투명한데,

그 위에 가랑잎들 떠 있다.

 

......몸 뉘일 뒤도에

완연한 가을이구나!

 

어두워진 뒤 오래 불 없이 앉아

앞산 쳐다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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