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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어쩌다, 내가 이쁜 / 윤관영

by 丹野 2009. 3. 14.

 

 

 어쩌다, 내가 이쁜

 

  윤관영 



 새벽에, 개똥을 두엄더미에 던지며
처먹고 똥만 싼다고 부삽 득득 긁지만,
기분 좋은 투정도 있기는 있는 것이다
투정에 걸리는 밤송이와 도토리집은
부삽질을 부드럽게 한다
저를 열어 제 속의 것 떨어뜨린 것이
바짝 세운 가시를 그대로 두고
무른 안부터 녹아 가면서, 금세
거름빛을 닮아 가는 중인 것이다
부삽이야말로 밤송이 까는데 제격이지만
발에 밟힌 밤송이는 이슬에 젖어
누눅한 것이어서, 가시마저
밤 궁둥이마냥 이뻐 보이는 것이어서,
돌팍을 텡텡 쳐보기도 하는 것인데
눅진한 아침도 이때, 흠칫
이슬을 터는 것이다

 

가끔은 내가 봐도

내가 이쁠 때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