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이쁜
윤관영
새벽에, 개똥을 두엄더미에 던지며
처먹고 똥만 싼다고 부삽 득득 긁지만,
기분 좋은 투정도 있기는 있는 것이다
투정에 걸리는 밤송이와 도토리집은
부삽질을 부드럽게 한다
저를 열어 제 속의 것 떨어뜨린 것이
바짝 세운 가시를 그대로 두고
무른 안부터 녹아 가면서, 금세
거름빛을 닮아 가는 중인 것이다
부삽이야말로 밤송이 까는데 제격이지만
발에 밟힌 밤송이는 이슬에 젖어
누눅한 것이어서, 가시마저
밤 궁둥이마냥 이뻐 보이는 것이어서,
돌팍을 텡텡 쳐보기도 하는 것인데
눅진한 아침도 이때, 흠칫
이슬을 터는 것이다
가끔은 내가 봐도
내가 이쁠 때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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