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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파란 나비 / 신현락

by 丹野 2009. 3. 19.

 

 

 

파란 나비

-빠삐용

 

신현락

 

 

 

아름다운 건 치명적이다.

그의 가슴에서 파란 나비를 보았을 때

나는 돌이킬 수 없는 내성을 입었다

어떤 정신이 몸의 중심에서 저렇게 황홀한

날개를 키울 수 있었을까

 

가지 말자 그냥 나랑 여기서 같이 살다가

죽자, 하던 친구의 떨리는 눈빛을 외면하고

절벽에서 몸을 날린 그는

이미 자기의 한계를 넘어선 길 밖의 사람

파란 나비였다

 

아름다운 것 치명적인 허기 같은 것이어서

누구나 파란 나비를 가슴에 품고 산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절벽

잘 걸어가는 내 발길을 멈추게 하는,

이거 아닌데 하는 회의가 들면

마주치게 되는 무한의 선 앞에서

내 몸의 파란 날개가 출렁거린다

 

외로운 날에는 피를 뽑는다

내 몸의 푸른 핏줄에서 번식하고 있는

파란 날개에는 미량의 극독이 묻어있다

그래서 가끔 자유는 아름다운 극독을 수혈 받아야 한다

자유가 키워온 황홀한 현기증

이후에 오는 건 치명적인 허기여서

파란 나비의 서식지인 내 몸의 절해고도에서

어느 날은 파란 날개가 퍽, 하고 터지기도 하는 것이다

 

나의 내면에는 파란 나비가 산다

아름다운 허기에 봉인된 파란 나비

지금은 절벽 위에 홀로 선 때

치명적인 아름다움마저 넘어서야 할 때

자유는 절벽 저쪽 길 밖의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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