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나비
-빠삐용
신현락
아름다운 건 치명적이다.
그의 가슴에서 파란 나비를 보았을 때
나는 돌이킬 수 없는 내성을 입었다
어떤 정신이 몸의 중심에서 저렇게 황홀한
날개를 키울 수 있었을까
가지 말자 그냥 나랑 여기서 같이 살다가
죽자, 하던 친구의 떨리는 눈빛을 외면하고
절벽에서 몸을 날린 그는
이미 자기의 한계를 넘어선 길 밖의 사람
파란 나비였다
아름다운 것 치명적인 허기 같은 것이어서
누구나 파란 나비를 가슴에 품고 산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절벽
잘 걸어가는 내 발길을 멈추게 하는,
이거 아닌데 하는 회의가 들면
마주치게 되는 무한의 선 앞에서
내 몸의 파란 날개가 출렁거린다
외로운 날에는 피를 뽑는다
내 몸의 푸른 핏줄에서 번식하고 있는
파란 날개에는 미량의 극독이 묻어있다
그래서 가끔 자유는 아름다운 극독을 수혈 받아야 한다
자유가 키워온 황홀한 현기증
이후에 오는 건 치명적인 허기여서
파란 나비의 서식지인 내 몸의 절해고도에서
어느 날은 파란 날개가 퍽, 하고 터지기도 하는 것이다
나의 내면에는 파란 나비가 산다
아름다운 허기에 봉인된 파란 나비
지금은 절벽 위에 홀로 선 때
치명적인 아름다움마저 넘어서야 할 때
자유는 절벽 저쪽 길 밖의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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