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신현락
굳은 갯벌에 찍혀 있는 새들의 발자국
그들이 날아간 이유를
아로새긴 아픈 상형문자
사내들은 그물을 들고
새 발자국 위에 자기들의 발자국을 찍으며
맨발로 바다로 갔다.
먼 후일 화석으로 출토되면
이 발자국들은 어떤 문장으로 읽힐까?
가까운 공장의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
검은 머리 풀고 하늘길 가고,
폐수는 지하로 잠행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고기를 잡으러 간 사내들이 죽은 새를 들고 왔다.
갈대숲은 검은 상장을 달고
바람의 조문을 받아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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