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알고 있다
신현락
기억이란 불완전한 형식이다
가령 꿈 깨고 나서
꿈의 내용이
도통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내 몸은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아픈 내 허리와 다리는
분명 꿈의 형식을 말해주는 듯할 때가 있다
지금 나는 잊고 있지만
내 몸은 알고 있다
일어나 창 밖을 본다
대지는 안개에 싸여있다
가로등 불빛이
저기에 길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길은 보이지 않아도
길은 거기에 있다
그대와 같이 가던 그 길을
내 팔다리는 분명 알고 있다
꿈속의 어디에서
내 몸이 허우적거렸는지
나의 온몸으로 얼마나 그대를 그리고 있는지
기억되는 것과
보이는 것은 내 몸만큼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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