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박물관
이사라
조금만 중심에서 벗어나면
공원이나 사찰쯤에서라도
시청 뒤 어느 골목의 개천쯤에서라도
이끼가 고요히 살고 있는 걸 알게되지
특별히 전해주는 말은 없어도
농담의 정도만큼이나
기간이 쌓이더니
어느덧 자연스레 보아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잊혀 있지
농담의 정도만큼이나
기간이 쌓이더니
어느덧 자연스레 보아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잊혀 있지
조금만 몸을 낮추면
오래 타던 버스마저 잘못 타서 돌아가는 어느 날의 낙담
처럼
그러나 즐거운 낙담처럼
달려가던 몸 멈추고 꼼꼼히 들여다보면
막 물오른 푸른 나무처럼 이끼가 푸르다는 걸 알게되지
아파도 안 안프게
잎사귀에 햇빛 걸리지 못해도 푸르게 웃다가
솜털 부드러운 얼굴로 잇몸 드러내고 웃다가
검버섯 푸른 멍도 내보이다가
문득 눈 감았다 뜨면
이끼는 하룻밤 사이에 자리를 옮겨
박물관에서 발견되지
이끼는 하룻밤 사이에 자리를 옮겨
박물관에서 발견되지
시간이 낳은 시간이라서 그렇게 푸를까
내가 넘기는 책갈피에서도 착한 이끼처럼 시간이 혼자 웃지
'이탈한 자가 문득 > 향기로 말을거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이나 먹자, 꽃아 / 권현영 (0) | 2009.03.03 |
---|---|
유 적(遺 跡) / 이사라 (0) | 2009.03.02 |
붉은 비명 / 이윤훈 (0) | 2009.03.02 |
전갈장미가 피는 아침 / 이윤훈 (0) | 2009.03.02 |
치자꽃 피는 그늘 아래 / 이윤훈 (0) | 2009.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