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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치자꽃 피는 그늘 아래 / 이윤훈

by 丹野 2009. 3. 2.

 

 

 

치자꽃 피는 그늘 아래

 

이윤훈

 

치자꽃 피는 그늘 아래

빈 곳을 품은 독이 있어

빗물이 고이면

구름이 뜨고

바람이 흐르는 자국이 나고

또 다른 내가 보이고

 

차츰

어디론가 물방울들이 스미고 나면

텅 빈 그곳엔

물고기 한 마리 암각되고

 

치자꽃 피는 그늘 아래

빈곳을 품고 서 있으면

치자꽃 흔들리고

문득

누기 기회도 없이 내 안을 왔다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