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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바람의 순장殉葬 / 신현락

by 丹野 2009. 3. 1.

 

 

 

 

바람의 순장殉葬

 

 

신현락

 

 

바람은 연의 심장에 뚫린 구멍이다.

그 구멍 속으로 바람의 아이들이 

연을 날린다.

 

하관을 하듯

흰 뼈의 숨구멍 속으로

바람을 집어넣은 적이 있었다.

그 바람은 어디 갔을까.

그리운 연 한 장 날아오지 않는

이상스런 여백이 지속되었다.

내 탓이었다.

 

어느 날 문득, 돌이킬 수 없게 된 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뼛속 바람이 문풍지처럼 떨고 있다.

이 고립과 유폐의 감옥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나의 시간이 되는 것임을 나는 안다. 

팽팽해진 얼레의 실을

나는 그 바람의 어깨위에 풀어준다.

 

원래부터 바람은 연의 몫이었다.

갈 것은 가는 것이고

멀리 간 것은 다시 돌아오는 것,

입술을 오므리고 흰 뼈의 숨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바람은 둥글게 부풀어 오른다.

 

바람은 공기의 심장에 뚫린 구멍이다.

바람의 아이들이 구멍 뚫린 내 심장을 날리리라.

나는 바람과 바꾼 연의 심장 앞에

기꺼이 입을 벌리고 목구멍을 보여준다.

나는 이제 살아서 헛것이었다고

헛되고 헛된 게 삶이라고 말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