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움*
고성만
여러워 정말 버스 타려고 동일약국 앞에 줄지어 선 자줏빛
교복의 여고생들 사이를 지날 때 귓불 먼저 달아오르던 기억
맨 처음 대중탕에서 사타구니 거웃 드러낸 것 같이 홧홧한 부
끄러움 저절로 커져버린 중심을 잡고 탕 바깥으로 나오지 못
한 채 어쩔 줄 몰라 하던 쑥스러움
한 올 한 올 가닥이 쥐어지는 겨울 햇살이 안으로 안으로 파고
들던 시선 움틔우려고 봉긋 도드라지는 붉은 꽃눈
정말 여러워 고 계집애들 왜 그리 쿡쿡 웃어대는지
백지 위 푸른 댓살 붙인 연 바동바동 쑤욱 솟아올라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산 너머 바다 건너 눈물 떨어뜨린 자국
마다 돋아나는 산벚꽃
펄펄펄 …… 흩날리던 날
*여러움 : 부끄러움의 전라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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