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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여러움* / 고성만

by 丹野 2009. 3. 1.

 

 

여러움*

 

고성만

 

   여러워 정말 버스 타려고 동일약국 앞에 줄지어 선 자줏빛

교복의 여고생들 사이를 지날 때 귓불 먼저 달아오르던 기억

맨 처음 대중탕에서 사타구니 거웃 드러낸 것 같이 홧홧한 부

끄러움 저절로 커져버린 중심을 잡고 탕 바깥으로 나오지 못

한 채 어쩔 줄 몰라 하던 쑥스러움

 

   한 올 한 올 가닥이 쥐어지는 겨울 햇살이 안으로 안으로 파고

들던 시선 움틔우려고 봉긋 도드라지는 붉은 꽃눈

 

  정말 여러워 고 계집애들 왜 그리 쿡쿡 웃어대는지

 

   백지 위 푸른 댓살 붙인 연 바동바동 쑤욱 솟아올라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산 너머 바다 건너 눈물 떨어뜨린 자국

마다 돋아나는 산벚꽃

 

   펄펄펄 …… 흩날리던 날

 

 

*여러움 : 부끄러움의 전라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