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대해 여럿이 말하다
문태준
세상 한 곳 한 곳 하나 하나가 저녁에 대해 말하다
까마귀는 하늘이 길을 꾹꾹 눌러 대밭에 앉는다고 운다
노란 감꽃이 핀 감잎은 등이 무거워졌다고 말한다
암내가 난 들고양이는 우는 아가 소리를 업고 집채의 그늘을 짚으며 돌아나간다
나는 대청에 소 눈망울만한 알전구를 켜 어둠의 귀를 터준다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찬물에 발을 씻으며 검게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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