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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칼데라호 / 고성만

by 丹野 2009. 3. 1.

 

 

칼데라호

 

 

고성만

 

   의지가 박약하여 슬픔에 휘둘릴 때 커다랗게 부풀어오른 울

음의 부름켜 안에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문득 고개 들어보면

 

   노란 만병초 두메양귀비 수놓아진 산

 

   뜨겁게 차오르던 용암이 마침내 터져 뭉게뭉게 연기 피어

난 후

 

   수만 년 식어가는 가슴에 서서히 고이는 물

 

   천지의 저녁놀 삼지연의 아침 안개를 그립다고 언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밤새 끓던 정념 찬이슬로 맺혀 눈 비 우

박 몰아치는 광경이 펼쳐지면서 부쩍 커버린 울음을 발견한

것처럼 아타까이 흩어지는 나날들

 

   한층 깊어졌으리 먼 길 가다가다 주저앉을 듯 문득 고개 들

어보면

 

   언제가 다지 터질, 내 마음속 휴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