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라호
고성만
의지가 박약하여 슬픔에 휘둘릴 때 커다랗게 부풀어오른 울
음의 부름켜 안에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문득 고개 들어보면
노란 만병초 두메양귀비 수놓아진 산
뜨겁게 차오르던 용암이 마침내 터져 뭉게뭉게 연기 피어
난 후
수만 년 식어가는 가슴에 서서히 고이는 물
천지의 저녁놀 삼지연의 아침 안개를 그립다고 언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밤새 끓던 정념 찬이슬로 맺혀 눈 비 우
박 몰아치는 광경이 펼쳐지면서 부쩍 커버린 울음을 발견한
것처럼 아타까이 흩어지는 나날들
한층 깊어졌으리 먼 길 가다가다 주저앉을 듯 문득 고개 들
어보면
언제가 다지 터질, 내 마음속 휴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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