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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유 적(遺 跡) / 이사라

by 丹野 2009. 3. 2.

 

 

 

유 적(遺 跡)  / 이 사 라

 

왜 시간이 아름다운지

나비들이 노랗게 날아다니는

유적에 들어서면 안다

 

왜 시간이 아름다운지

오래도록 몸으로 뭉그러지면 안다

이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독버섯은 또 어쩌자고 눈물겹게 아름다운지

낡아가는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무너져버린 유적은

왜 신의 뜻인지

그러나 신의 뜻조차 거역한

부조(浮彫)는 왜 말하는 법을 아는 선구자인지를

유적에 들어서면

묻지 않아도

알게 된다

 

내 가슴속 유적을 훑어보면

네가 보름달처럼 살다 간 상처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