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적(遺 跡) / 이 사 라
왜 시간이 아름다운지
나비들이 노랗게 날아다니는
유적에 들어서면 안다
왜 시간이 아름다운지
오래도록 몸으로 뭉그러지면 안다
이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독버섯은 또 어쩌자고 눈물겹게 아름다운지
낡아가는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무너져버린 유적은
왜 신의 뜻인지
그러나 신의 뜻조차 거역한
부조(浮彫)는 왜 말하는 법을 아는 선구자인지를
유적에 들어서면
묻지 않아도
알게 된다
내 가슴속 유적을 훑어보면
네가 보름달처럼 살다 간 상처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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