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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985

돌멩이의 꿈 돌멩이의 꿈 나호열 성난 발길질이라도 좋아 아무데나 내동댕이쳐진대도 따뜻한 그 손길에 닿을 수 있다면 날아가는 그 순간 짧은 꿈을 꾸는 나는 새가 되지 풀섶에 떨어진대도 물수제비 다 건너가지 못하는 강물 속에서라도 또 한 번의 그 손길을 기다리는 깊은 꿈을 가질 수 있다면 하찮은 돌멩이라.. 2006. 1. 28.
물안개 / 나호열 p r a h a 물안개 / 나호열 앞이 캄캄하고 하늘은 더 막막할 때 나는 물안개를 보러 간다 물이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향기도 없고 형체도 없는 물방울 꽃들이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잎을 내미는지 몸의 슬픔마저도 함께 배워 버렸다 물은 고독을 닮아 너무 물렁물렁해서 헤집을수록 더 깊이 .. 2006. 1. 26.
修行 / 나호열 修行 / 나호열 내가 오랫동안 해온 일은 무릎 꿇는 일이었다 수치도 괴로움도 없이 물 흐르는 소리를 오래 듣거나 달구어진 인두를 다루는 일이었다 오늘 벗어 던진 허물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때와 얼룩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함부로 팽개치지 않는 사람은 자동세탁기를 믿지 않는다.. 2006. 1. 26.
길을 찾아서 / 나호열 길을 찾아서 / 나호열 옷고름 여미듯이 문을 하나씩 닫으며 내가 들어선 곳은 어디인가 은밀하게 노을이 내려앉던 들판 어디쯤인가 꿈 밖에 떨어져 있던 날개의 털 길 모퉁이를 돌아 더러운 벤치에 어제의 신문을 깔고 누운 사람이여 어두운 계단을 점자를 읽듯이 내려가며 세상 밖으로 쫓기듯 떠나가.. 2006. 1. 26.
커피에 대하여 /나호열 커피에 대하여 / 나호열 사랑을 믿지만 과녁에 꽂히는 화살처럼 가슴에 적중하는 사랑이 나는 두렵네 오늘 밤 뜨겁게 일렁이는 사랑이 지나간 후 속삭이는 바람을 잊어버리기는 너무 힘드네 조금씩 오조준하여 빗나가는, 그리하여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오해 받을지라도 나는 그대의 심장 옆에 머.. 2006. 1. 8.
낙엽에게 / 나호열 낙엽에게 / 나호열 나무의 눈물이라고 너를 부른 적이 있다 햇빛과 맑은 공기를 버무리던 손 헤아릴 수 없이 벅찼던 들숨과 날숨의 부질없는 기억의 쭈글거리는 허파 창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더 이상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였다 슬픔이 감추고 있는 바람, 상처, 꽃의 전생 그 무수.. 2005. 12. 17.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1 / 나호열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1 / 나호열 평생을 배워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슬픔 병도 깊으면 친구가 되는데 슬픔 아니다,아니다 북풍한설로 못을 박아도 푸르게 고개를 내미는 젊은날의 부스럼꽃 토막토막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강물에 피어 미워할 수없는, 잊을 수없는 슬픔은 문장이 되지 않.. 2005. 11. 24.
산사에서 / 나호열 산사에서 / 나호열 풍경소리에도 자그맣게 흔들리는 달빛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 년을 내내 눈 떠 있는 석불의 입술은 앞산 나무들을 흔드는 바람이 되고 싸락거리는 소리 반야심경을 읊으며 냇물로 흘러간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갈림길에서 흔들리는 그믐의 달빛 두드릴수록 허물어져 내리는 육신.. 2005. 10. 20.
바람으로 달려가 바람으로 달려가 / 나호열 달리기를 해 보면 안다 속력을 낼수록 정면으로 다가서서 더욱 거세지는 힘 그렇게 바람은 소멸을 향하여 줄기차게 뛰어간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나의 배후는 바람으로 바람으로 그대에게 다가간다는 것을 달리기를 해 보면 안다 소멸을 향하여 달려가는 바람과 멀어지면서 .. 2005. 10. 19.
존재의 내면 들여다보기 또는 철학성을 위해 시를 쓰는 시인 나호열 존재의 내면 들여다보기 또는 철학성을 위해 시를 쓰는 시인 나호열 시인 나호열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86년 데뷔한 이래 그는 꾸준한 작품활동을 전개해 온 중견시인 임에도 시단에서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이 시인을 주목해야 .. 2005.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