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115 외딴섬에서 하루 - 김경성 https://blog.naver.com/sidong6832/222555305874 외딴섬에서 하루 ㅡ 김경성 시인[공정한시인의사회202111] 외딴섬에서 하루 귀를 막은 채 섬인 듯, 섬이 아닌 듯 바닷가에 서 있다 길을 잃은 바람이 늙은 뱃머리에 ... blog.naver.com 2021. 11. 2. 고인돌 외 1편 / 김경성 고인돌 김경성 얼음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다 구릉을 넘어온 눈보라가 마을까지 뒤덮을 때 물먹은 쐐기가 부풀어서 집채 만한 바위를 쪼갰다 어떤 규칙은 마음으로 정한 것이어서 사람들이 마음을 맞대고 쌓아 올린 흙더미 위에 고인돌 상석을 올려놓자 사라져 가는 흔적들이 더 단단해졌다 쐐기가 박혔던 자리에서는 쇄골에 고인 봄볕 같은, 자목련 꽃봉오리만큼의 달의 즙이 고이고 차마 퍼내지 못해서 기울어진 낮달이 푸른 밤 속으로 들어가 있을 때 사람들은 별자리점을 치면서 고인돌 성혈에 떠 있는 달을 굴렸다 그때 사라졌던 마음들이 보름달이 되어 돌아와도 달그림자 농담濃淡의 깊이를 아직도 알 수가 없다 구멍 김경성 물 때를 기다릴 때 쑤욱 밀고 들어오는 손이 있다 숨구멍 하나 열어놓고 깊숙이 들여놓은 허공을 .. 2021. 10. 22. 무언가 / 김경성 무언가 김경성 물에서 미리 뿌리를 내리는 삽목처럼 물줄기를 찾아서 왔을까 가지가 잘린 나무가 종이상자가 되어 집으로 왔다 문 앞에 탑으로 서 있는 종이상자에는 검붉은 생고기와 간고등어 복숭아 감자 양파 지중해의 올리브와 목관악기가 들어 있다 수국이 물을 빨아들이듯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목관악기로 무언가를 연주한다 나무는 수신인이 찍혀있는 소인을 따라서 제 속에 이어 붙인 숲으로 현관 앞에 탑을 쌓기도 하고 사람들의 입에 덧대어진 향기도 없는 넓은 꽃잎이 지는 것을 바라본다 전지가위로 잘라 낸 수국은 덧없다는 말을 다 지우고 가지 끝에 뿌리를 내리며 꽃숭어리에 닿고 싶어서 호흡이 가쁘다 입을 닫고 손도 마주 잡을 수 없는, 오로지 눈으로만 말하는 이 세상 어느 별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이 집어등처럼.. 2021. 10. 16. 몽상가의 집 / 김경성 몽상가의 집김경성 소리로 어둠을 읽는 두더지는눈의 꽃술로 빛을 들이며 소리를 보는 귀를 가졌다꿈꾸는 지상의 날들을 모두 땅속에 묻어두고혼자만의 방을 만들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 있어 귀를 열면허락도 없이 들어오는 검은 소리, 그때 두더지는 미로를 만들며 빠르게 멀어진다 몽상가의 집은 두더지의 방을 지나 늪에 있다바람이 잠잠한 날에 더 잘 보이는물속의 집과 나무들물옥잠은 공작 깃털 같은 꽃을 피워 올려 섬을 만들고새들도 구름을 밀고 다닌다 누구라도 집으로 가는 길을 걸으면물을 잔뜩 머금은 나무와 하나가 되어물의 내밀한 속에 들어가게 된다 멀리서 보면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가까이 가면 바라보는 사람의 눈 속에서 아슴해진다 당신의 이름을 적어 대문 앞에 걸어두는 날이면두더지는 미농지를 펼쳐놓고 앞다리를 저어.. 2021. 10. 16. 몽상가의 집 / 김경성 https://cafe.daum.net/poemory/JW6F/11680 몽상가의 집 / 김경성 몽상가의 집 김경성 소리로 어둠을 읽는 두더지는눈의 꽃술로 빛을 들이며 소리를 보는 귀를 가졌다꿈꾸는 지상의 날들을 모두 땅 속에 묻어두고혼자만의 방을 만들었다 멀리서 걸어 cafe.daum.net 2021. 10. 6. [체험적 시론]목울대를 두드리며 신기루처럼 오는 이 / 김경성 목울대를 두드리며 신기루처럼 오는 이 / 김경성 속성을 잃어버린 것들도 긴 시간 끝으로 가서 보면 처음의 마음이 남아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입술의 지문은 지워지고 밀물과 썰물의 주름을 타며 인도차이나반도 눈썹 끝에 올라가 있다. 모란문찻사발, 뿌리가 없는 그는 바닷속에 노숙할 집을 지으며 가끔 바다의 등지느러미에 올라가서 별이 되고 싶었으나 바닷속 둥근달로 떠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맨발로 보낸 몇 달 동안 내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들이 지금도 참파꽃처럼 흔들린다. 새벽하늘이 빛을 바다에 내려놓는 시간이면 집을 나섰다. 간조의 시간이 오면 상어의 눈과 입이 그려져 있는 목선이 물고기를 가득 싣고 들어온다. 양동이를 든 사람들이 줄지어 바다로 들어가서 바구니 모양의 작은 배를 노 저으며 목선.. 2021. 5. 3. 김경성시인의 시론 김경성시인의 시론출처 : 박선희 시.. | https://blog.naver.com/aqz5194/222275158570 블로그 2021. 4. 23. 목이긴굴뚝새 / 김경성 목이긴굴뚝새 김경성 새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와서 어떤 징표를 확인하려는 듯 머물다 간다 담쟁이도 긴 몸 위에 잎을 겹쳐서 어딘가에 닿을 것만 같은 지도를 끊임없이 그려나간다 저 속에는 다 가보지 못한 길이 숨겨져 있다 지붕 위의 목이 긴 새 한 마리 저릿한 마음결 무늬와 뜨거움 다 어디로 보내버리고 긴 부리를 열어서 들리지 않는 노래만 부르고 있는 것일까 날고 싶어 지붕에 올라갔지만 평생토록 날지 못하는 저, 굴뚝을 목이긴굴뚝새라고 부르면 안 되나 먼 하늘까지 높이높이 날아다니는 그런 날이 온다면 목까지 차오른 기쁨이 넘쳐 눈물 나겠다 빈집 속에서 소멸해 가는 것들이 내는 저음의 소리를 물고 목이긴굴뚝새가 날아오른다 - 2021년 봄호 2021. 3. 7. 녹슨 거울을 들고 있다 / 김경성 녹슨 거울을 들고 있다 김경성 얼굴이 언제부터 보이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은 청록의 시간이라는 것 한차례 뜨거움이 지나가고 마지막 숨을 풀어내는 연기의 끝까지 가보면 그곳에는 청록의 시간을 닦아낼 수 있는 한 줌의 재가 있다 청록을 지우고 빛이 나면 그 시간이 되돌아올 수 있을까 녹슨 거울이 제 안에 물고 있는 것은 제 속에서 거닐었던 한 사람의 생이라고 먼 시간을 건너 온 슬픔이 나를 비추고 있다 ⸻격월간 《현대시학》 2020년 9-10월호 2020. 12. 28. 그보다 더 오래된 슬픔 / 김경성 cafe.daum.net/poemory/JW6F/10955 그보다 더 오래된 슬픔 / 김경성 그보다 더 오래된 슬픔 김경성어떤 슬픔은, 그보다 더 오래된 슬픔이하마처럼 삼킨다숲에 들어 한 그루 나무로 살았던 그가잎을 다 내려놓고몸에 새겨두었던 시간을 쪽빛 하늘에 걸어 두었을 cafe.daum.net 2020. 10. 24. 이전 1 2 3 4 5 6 7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