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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아무 날의 당나귀驢 / 김승필

by 丹野 2024. 12. 24.


아무 날의 당나귀驢

김승필


짐을 진다는 것은
그 끝이 어딘지 모르는 일

진통제 1㎎이 너무나 무거웠다는
어느 시인의 말을 뒤로
뚜벅뚜벅 걸어
별량別良에 도착했다

붙잡아두고 싶은 당나귀가 생각나서
나는 응앙응앙, 하고 울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붉은 장화를 신다 말고 걷기 시작했다

당나귀를 쓰러트리는 것은
마지막 짐이 아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인도 속담.


- 《씨글》Vol.7 2024년 하반기.




#김승필시인 #아무 날의 당나귀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