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귀
심재휘
귀를 베고 잤더니 귀가 아팠다
12월의 소식도 아팠다
오른쪽 귀를 베고 자면 당신이 아팠고
왼쪽 귀를 베고 자면 새벽달이 아팠다
담요처럼 얇게 펴지는 어둠을
추운 마음에 덮을 수는 없어서
모로 누우면 뒤척거리는 밤이 되었다
펴진 귀는 편해진 귀가 되어도
당신의 모습은 아픈 귀에만 모였다
밤을 온몸에 묻히고 죽은 듯이 있어도 12월은 간다
해가 바뀐다 해도 빈자리는 여전히 먼 곳이고
귀는 아픈 방향을 달고 있도록 태어나
제자리로 오래 가야 할 하현은 조금 더 해쓱해졌다
―계간 《詩로 여는 세상》 202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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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휘 / 1963년 강릉 출생. 1997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 부는』 『그늘』 『중국인 맹인 안마사』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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