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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은 언제나
김경성
분홍이라 하면 물 따라 흘러가는 잠두리 길 개복숭아 꽃이지요
꽃 뭉게뭉게 피어나면
강 건너에서도 몸이 먼저 나가고요
맨발로 오는 연두가 있어
산벚꽃 흩날리며 저기 저기
분홍 꽃물 바람이 길을 감싸 안고 불어오지요
분홍은 먼 데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정릉 골목에서도 개복숭아 꽃물 켜면
가지에서는 심줄이 보였어요
쏘아 올리는 푸른 화살촉, 시위를 당기는 것은 새들이었지만
화살을 맞는 것은 나무 아래 서성이는 사람이었어요
어느 날 뿌리째 뽑혀 나가는 개복숭아
나뭇가지 껍질을 벗겨냈어요
푸른 피가 끈적하게 손끝에 묻어나며
긴 뼈가 하늘로 치솟았지요
나무가 피워 올리던 분홍도 사라지고
해마다 피었던 그 자리에 분홍 그림자만 넘실거려요
껍질 벗겨낸 개복숭아 가지가 점점 흰 뼈가 되어가요
분홍을 품은 가지는 속에 희디흰 뼈가 있어서
결코 죽지 않는 눈부심이지요
―계간 《문학청춘》 202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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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성 / 1962년 전북 고창 출생. 2011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와온』 『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 『모란의 저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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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은 언제나 #김경성 #문학청춘2024년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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