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김경성
그의 근원을 찾아가면 주름 진 길의 가계가 있다
길 바깥에 촘촘히 앉아있는 수천 개의
검은 눈이 있어
꿈속에서라도 어긋날 수 없다
단단하게 세운 성벽은 안과 밖이 없다
이쪽에서 보면 저쪽이 바깥이고
저쪽에서 보면 이쪽이 바깥이다
어디든 틈만 있어도 잘 보이는 눈이어서 지나치지 않는다
자리를 틀면서부터 새로운 가계가 시작된다
뜨거운 불의 심장을 꺼내 기둥을 세운 후 세상과 맞선다
처음부터 초단을 쌓는 것은 아니다
제 심지를 올곧게 땅속 깊이 내리꽂은 후 뱃심이 생기고 꼿꼿해질 때
온 숨으로 쏘아 올리는 붉음
높이 오를수록 몇 겹으로 겹쳐가며 치를 만들고
면을 서서히 넓혀가며 하나의 성이 세워진다
상강 지나 된서리 때리는 새벽
수탁이 볏을 세우고 퍼드득 날갯짓을 하며
날 듯 나는 듯 소란스럽다
- 계간 시산맥 202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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