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눈
김경성
속눈썹이 사라진 후 풍경을 잘라서
망막 안에 가두었다
파문이 일 때마다 와닿는 전율에
앞으로 나아가거나
나무 사이로 스며들었다
저릿하게 구멍 난 몬스테라 잎 사이
쏟아지는 빛으로 살아가는
그보다 작은 것들의 숨,
나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는 물고기 눈 뒤쪽에 내 눈을 맞추어서
그 숨을 들였다
물고기의 눈이 물속 풍경만 보이는 것이 아니듯
내 가슴 안쪽에도 숨어있는 길이 있었다
물고기가 위로 솟구쳤다가 물속으로 사라졌다
날지 못하는 나는 이 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날갯짓을 했던 것일까
견갑골의 통증이 잦아들 줄을 모른다
밀림으로 들어갔다가 나를 두고 왔다
끝내,
잃어버린 어안렌즈 뚜껑을 찾지 못했다
계간 다시올문학 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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