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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물고기의 눈 / 김경성

by 丹野 2023. 2. 19.

 

물고기의 눈

 

김경성

 

 

속눈썹이 사라진 후 풍경을 잘라서

망막 안에 가두었다

 

파문이 일 때마다 와닿는 전율에

앞으로 나아가거나

나무 사이로 스며들었다

 

저릿하게 구멍 난 몬스테라 잎 사이

쏟아지는 빛으로 살아가는

그보다 작은 것들의 숨, 

나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는 물고기 눈 뒤쪽에 내 눈을 맞추어서

그 숨을 들였다

 

물고기의 눈이 물속 풍경만 보이는 것이 아니듯

내 가슴 안쪽에도 숨어있는 길이 있었다

 

물고기가 위로 솟구쳤다가 물속으로 사라졌다

 

날지 못하는 나는 이 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날갯짓을 했던 것일까

견갑골의 통증이 잦아들 줄을 모른다

 

밀림으로 들어갔다가 나를 두고 왔다

끝내,

잃어버린 어안렌즈 뚜껑을 찾지 못했다

 

 

 

 

계간 다시올문학 2022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