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고롱고로*
김경성
응고롱고로에는
매장당하지 못하고
풀밭에 그림자 늘이고 있는 짐승의 뼈가 있다
아침이 밝아오기 전에 초원을 달렸을,
그러나 지금은 목덜미에 깊은 상처를 입고
다리가 찢겨 속도를 잃어버린,
더 이상 바람의 소리도 듣지 못하고
빛도 감지하지 못하는
어린,
임팔라를 물고
하이에나 한 마리 물가로 걸어오고 있다
죽음과 생을 잇고 있는 심줄 끊으려고
욕망의 칼날 얼마나 세웠을까
핏빛 흔적 지우려 진흙탕 속에 뒹굴어보지만
죽음의 냄새는 사라질 수 없는 법, 독수리 두 마리
임팔라 위를 맴돈다, 햇빛은 강렬하다
하이에나 목덜미에 묻어 있는 핏물 또한 진하다
플라밍고 떼,
내리꽂히는 빛줄기 깃털에 꽂고
물기 잃어가는 호수 부리에 물고 있다
타조가 쏟아놓고 간 둥근 알 풀밭에 박혀있다
깃털 푸른 새, 날갯죽지 속에 부리를 넣고 있는 사이
하이에나의 뒷모습 점점 흐려진다
뿔도 돋지 않은 임팔라 눈을 감아버렸다
한번 들어오면
세상의 빛과 단절하기 전에
언덕을 넘어갈 수 없다는
지상에서 가장 농밀한 저밀도의 바람이 부는
응고롱고로, 잔등에 기대고 있는
저 빛나는 유적들
*응고롱고로- 탄자니아 북부의 동아프리카 지구대에 있는 사화산의 분화구.
마사이어로 '거대한 구멍'을 뜻한다.
- 시집 『와온』 문학의 전당,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