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덴사원 천장터 / p r a h a , 2007년
새들은 왜 부리를 닫고 날아갔을까
-간덴사원 천장터
김경성
아직 어둠 채 가시지 않은
조캉사원 바코르 광장
룽다를 건네는 사람들의 눈이 맑다
새벽빛 들어 올리는 라싸강
황금빛 그물 드리우고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빛나는 말들을 걸러내고 있다
얼마나 많은 말들을 이 세상에 쏟아 놓았는지
오색빛 룽다, 실타래처럼 풀어졌다
백양나무 건너 유채꽃밭 뛰어넘어서니
굽이굽이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 너머
며칠 전 구름 뚫고 날아가 버린 새의 그림자가 있다
간덴사원 천장터, 잿더미 속에서 찾아낸 사람의 뼈 몇 조각
남겨놓고 싶은 그 무엇이 있어서
새들은 부리를 닫고 날아갔을까
새의 몸을 빌려 하늘로 오르지 못한 뼛조각의 날개 펴는 소리
천장터에 가득히 퍼지고
궁궁이꽃 지천으로 피어 날개 밀어준다
제 머리카락 뽑아 천장터에 던지며 코라를 도는
사람들의 가슴 속으로
라마승의 기도문 소리 파고드는 데
새들이 남겨놓은 사람의 뼛조각,
살아있는 동안 마음속에 가둬두었던 말 풀어내는지
거센 바람이 불었다
풀꽃 피어 있는 언덕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깃털 검은 새들이 하늘 높이 날고 있었다
간덴사원 / p r a h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