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 / 김경성
왜, 너의 가슴속으로 들어간 것들은 모두
가루가 되거나, 즙이 되거나
덩어리 하나 없이 그렇게 다 부서져 버리는지 몰라
슬픔이 너무 커서
무언가를 부서뜨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지
가루가 되지 않거나, 즙이 되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들은
너무 깊은 상처 덩어리이거나
처음부터 네 마음의 입구가 어디인지 모르고 덤볐기 때문이지
단단하게 옭아맨 어처구니 붙잡고
마음 가는 쪽으로 기울어지다 보면 슬픔도 가벼워질 적이 있지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든가, 쓸쓸함 같은 것
때로는 덩어리 째 꿀꺽 삼키고
폭탄 같은 너의 가슴에 기대어서
무작정 함께 빙글 빙글 돌고 싶어
슬픔이 섞여서
가벼워질 때까지
- 시집 『와온』 문학의 전당,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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