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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와온』

맷돌

by 丹野 2020. 10. 5.

 

 

 

 

맷돌 / 김경성

 

 

왜, 너의 가슴속으로 들어간 것들은 모두

가루가 되거나, 즙이 되거나

덩어리 하나 없이 그렇게 다 부서져 버리는지 몰라

슬픔이 너무 커서

무언가를 부서뜨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지

가루가 되지 않거나, 즙이 되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들은

너무 깊은 상처 덩어리이거나

처음부터 네 마음의 입구가 어디인지 모르고 덤볐기 때문이지

단단하게 옭아맨 어처구니 붙잡고

마음 가는 쪽으로 기울어지다 보면 슬픔도 가벼워질 적이 있지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든가, 쓸쓸함 같은 것

때로는 덩어리 째 꿀꺽 삼키고

폭탄 같은 너의 가슴에 기대어서

무작정 함께 빙글 빙글 돌고 싶어

슬픔이 섞여서

가벼워질 때까지

 

 

 

 

 

- 시집 『와온』 문학의 전당,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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