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공산성... 이대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못한다"
[현장] 변영섭 문화재청 청장 "4대강 관련 있든 없든" 원인 반드시 밝혀내야13.09.09 19:55최종 업데이트 13.09.09 19:55
▲ 성벽 배부름이 16곳이란 애기를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 |
ⓒ 김종술 |
"어쩌다가 공산성이 주저앉아 가지고…."
변영섭 문화재청 청장이 최근 배부름 현상과 지반침하로 논란이 되는 공산성에서 던진 첫 마디이다.
9일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광파점타깃(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 조사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변 청장과 이준원 공주시장, 충남도 문화재 담당자, 문화재청 공무원 및 공주시 문화재 담당자들 등 30여명이 성곽 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충남 공주 공산성(사적 12호)을 돌아봤다.
백제시대 문화유적인 충남 공주 공산성의 성곽 일부가 무너지고 석축이 유실되면서 배부름 현상(성벽 가운데 부분이 성벽 아래와 위에 비해 배가 불룩한 것처럼 튀어나오는 현상)이 발생하고, 푹 꺼짐 현상(8m, 깊이 2~3m, 폭 3~4m)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관련기사 : 1500년 된 산성... "4대강 사업으로 1년 만에 망가져").
성곽의 성벽 배부름 현상이 16곳, 성상로 틈새 3개소, 지반침하 1개소와 공북루의 기둥 뒤틀림, 부식현상 4개소, 연지 측면 배부름 현상 1개소, 계단 침하 2개소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때문이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국토해양부는 '하수관에 의한 것이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으면서 논쟁이 격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변영섭 청장 "이렇게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힘들어"
▲ 이태묵 국장으로부터 설명을 받고 있다. | |
ⓒ 김종술 |
▲ 배부름 현상이 있는 성벽을 변 청장이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 |
ⓒ 김종술 |
이태묵 공주시 시민국장의 브리핑이 공북루(유형문화재 제37호)에서 진행됐다. 이 시민국장이 "국토부가 성벽에서 100m 떨어진 지점에서 준설을 해서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하자, 변 청장은 "(4대강)준설을 했는지 안 했는지, 설계대로 했는지 육안으로 확인한 내용 외에 자료를 확인했느냐"고 물으며 "준설을 했는지 하지 않았던 간에 피해가 올 수 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계측기, 전위계, 경사계, 안전진단 중이다"라는 브리핑 도중에도 변 청장은 "(조사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 등재가 내년 1월에 있는데, 원인도 모르고 수리만 해서 되겠느냐"며 "16곳이나 발생했다면서 (배부름) 작년에 보고도 안 됐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올해 심해진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일행은 배부름 현상이 나타나는 성곽 밑으로 이동하였다. 변 청장은 툭 튀어나온 성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곧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저거는 곧 빠져나올 것 같다"며 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실사단을 따라다니면서 감출 수도 없고 어떡할 거냐"라며 "공주시와 문화재청이 협조해서 등재를 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누락이 되었다는 것은 다시 (세계문화유산 등재)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동행한 문화재청 관계자가 "문화재 모니터링이 되고 있는데 충남도가 최하위다"고 깎아내리자 충남도 담당자는 "제가 온 지 4개월 밖에 안 됐다"며 "내년 1월 2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조사반이 오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연신 허리를 숙였다.
일행은 인근 문화 유적인 만하루와 연지(충청남도 기념물 제42호)가 있는 아래로 내려가자 연지 곳곳에서 커다란 틈이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석축으로 쌓아 금강과 물이 통하도록 만들어 놓은 이곳에서도 배부름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석 일부는 이미 유실된 상태였다.
현장을 돌아본 변 청장은 "4대강 사업이 원인이다, 아니다는 관련 짓기 어렵지만 보기에 따라 관점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너무 심하게 회손될 때까지 방치 되었다"며 "언론의 비판에 겁먹지 말고 사실적이고 과학적·객관적으로 조사해서 원인은 꼭 밝혀서 수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 광파점타깃(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이 설치된 가운데 조사를 하고 있다. | |
ⓒ 김종술 |
공주시와 충남도, 문화재청에서 나온 담당자들은 4대강 사업과의 관련성을 가는 곳곳마다 부인했다. 공주시 이태묵 국장도 공북루에서 "작년에도 성곽에 배부름 현상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변 청장이 동행한 직원에게 보고가 안 된 이유를 묻자 국립문화재연구소 담당자는 "(공주시·충남도)지자체에서 문제점이 들어오면 조사를 하는데 요청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그제야 이 국장은 "조사가 부실했다"고 인정했다.
지금은 4대강 사업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문화재청 단독으로 조사될 경우 국민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있다"며 "민관합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고 있다.
▲ "위험해서 조사와 보수를 병행하겠다"고 하면서도 관광객을 출입시키고 있다. | |
ⓒ 김종술 |
한편, 성곽에 배부름 현상과 지반이 침하되어 주저앉은 상태에서 공주시는 당장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는 이유로 통행에 대한 안전 조치가 취하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이곳을 오가는 관광객의 안전에는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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