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층석탑
김경성
신륵사 강월헌江月軒 우물천장의 꽃들과 삼층석탑은
여강의 물소리로 시간을 읽는다
소리의 문자로 각인되는 암각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제 속으로 파고들고
강물에 발목을 묻은 너럭바위는
초석이 되어서 묵언 수행 중이다
한떼의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 뒤집으며
깨어진 지붕돌을 어루만진다
천 년 동안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는 강 밑바닥을 파고들어가면
숟가락 몇 개 묻혀있으리라고
청동거울은 짙은 녹청빛으로 물빛을 깨우고
제 발자국 하나 남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홀로 늙어가는 당신,
깨진 지붕돌에 귀를 대고
몸에 새겨진 암각화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운 것들은 곡선으로 흘러간다, 강물 한 자락 끌어다가
둥글어진 몸돌과 내 몸을 칭칭 감고
천 년의 한순간이 되어서
속삭인다
나 여기 있다고
오래 기다렸다고
천 년 전 흐르던 여강이 천 년을 향하여 흘러 흘러간다
-『 시인정신 』2013년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