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시편 / 김경성
한겨울 날아드는 철새 떼는
전깃줄부터 팽팽하게 맞춘다
봄부터 가을까지 마음 열고 있는 전깃줄을
오동나무 공명판에 걸어 놓고
바람으로 연주한다
산조가야금 소리 들판을 가로질러갈 때
저수지의 물결마저 일시 정지하여
제 몸 위에 얼음판을 올려놓고
새들의 그림자까지 다 받아낸다
춤을 추는 산사나무,
붉은 열매 후드득 떨어트려서 음표를 그려대고
저수지 큰 북을 두드리는 새떼가
한꺼번에 날아오른다
대숲에서는 *마라카스 소리가 비바체로 흘러나온다
*통 속의 재료를 흔들어서 음을 내는 악기
-『우리시』 2012년 12월호 신작소시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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