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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내가붉었던것처럼당신도붉다』

겨울시편

by 丹野 2019. 8. 13.

 

 

 

겨울 시편 / 김경성

 

 

 한겨울 날아드는 철새 떼는

 전깃줄부터 팽팽하게 맞춘다

 봄부터 가을까지 마음 열고 있는 전깃줄을

 오동나무 공명판에 걸어 놓고

 바람으로 연주한다

 산조가야금 소리 들판을 가로질러갈 때  

 저수지의 물결마저 일시 정지하여

 제 몸 위에 얼음판을 올려놓고

 새들의 그림자까지 다 받아낸다  

 춤을 추는 산사나무,    

 붉은 열매 후드득 떨어트려서 음표를 그려대고

 저수지 큰 북을 두드리는 새떼가

 한꺼번에 날아오른다

 대숲에서는 *마라카스 소리가 비바체로 흘러나온다

 

 

 

 *통 속의 재료를 흔들어서 음을 내는 악기

 

 

 -『우리시』 2012년 12월호 신작소시집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