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전역
김경성
꼬리지느러미 오른편에 앉았다
한 번씩 몸을 비틀 때마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아가미 속으로
산길 꾸러미가 흘러들어 갔다
검은 길은 등지느러미를 따라 흘러가고
물박달나무는 제 몸의 비늘을 벗겨서 속 길을 그렸다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연필심이 제 몸의 뼈대가 된 추전역,
이따금 밑줄 긋고 가는 물고기가 없다면
문장을 이어나가지 못할 것이다
4B연필로 그어놓은 산길 위에 산란하는 물고기 떼,
배지느러미에 말간 알을 가득 안고 바다 쪽으로 흘러갔다
당신의 옆줄*에 기대어서 내 생도 저물어간다
*물고기의 옆줄(측선)은 물의 온도, 흐름, 수압, 진동을 감지한다.
계간
『시와산문』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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