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내가붉었던것처럼당신도붉다』

물컹한 화석

by 丹野 2019. 8. 13.

 

 

 

 

 

 

 

 

 

 


물컹한 화석

 

김경성

 

 

달빛에 절인 그녀의 둔부를 할퀴며 미끄러지는 것들이 있다

갯고랑에 박힌 채 심호흡을 한다 벗어놓은 옷자락으로 만든 날개를

헤링본스티치 한다

 

덧대어 붙였던 구름은 이미 오래전 둔부의 적도 근처에서 사라졌다

엎드려서 숨을 쉴 때마다 들이켜지는 것이 있다 

단단한 것은 결코 강하지 않다, 부러지거나 부서지는 단단함은

날카로운 모서리를 갖고 있다

 

만지는 대로

몸을 읽는 물컹한 것들은 틈으로 스며들거나

완전하게 밀착한다

 

불이 지나간 자리에 물컹한 화석이 남아 있다

스티치 자국마다 고여있는 바닷물에

목을 적시던 오후의 태양이  점점 가라앉으며

모로 누운 그녀의 가슴 안쪽까지 물들여놓았다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끈적하다,

거품을 일으키는 바다의 수위가 높아진다

 

굽이쳐 흘러가는 갯고랑처럼 물컹한 내 몸도 금세 휘어진다

 

 

 

 

-- 다층사람들 2014 상반기호<<도꼬마리풀>> / 다층문학동인



 

 


 

 

 

 

 

 

 

 

 

 

 

 

 

 

 


'丹野의 깃털펜 > 시집『내가붉었던것처럼당신도붉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로 간 목마  (0) 2019.08.13
섬진강의 봄  (0) 2019.08.13
해인사 장경판  (0) 2019.08.13
삼층석탑  (0) 2019.08.13
젖꽃판이 꽃이었다   (0) 2019.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