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목마
김경성
한 떼의 적란운이 머물다 간 뒤 섬이 흔들렸다
몇 번 꺾여서 바닷속으로 들어간 번개는 다시 되돌아 나오지 못했다
그 열기에 바다는 저릿한 붉은색으로 물들고는 한다
비스듬히 닳아버린 신작로 끝에 바다가 걸터앉아 있었다
낡은 편자를 갈아 끼우지 못하고 먼 길을 달려가는 목마의 발굽이
이랑마다 길을 만들어 지도책이 되었다
물에 젖은 수초들은 물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다
먼 곳에서 날아오는 소금알갱이가 모여 모래섬이 되었다, 그때마다 갯바람은 비린내를 내뱉었지만 바다는
밀물 때마다 몰려와 해안을 삼키고 축축한 개펄에는
몇 개의 섬이 꿈틀대고 있었다
더는 발자국을 남기지 못하는 편자를 벗고
맨발로 달려가는 목마의 햇길이 수평을 긋고 있었다
- 웹진 『시인광장』 2014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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