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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흙 내음 짙은 낮은 곳에서 울려오는 생명의 노래

by 丹野 2011. 5. 16.

[나무 엽서] 흙 내음 짙은 낮은 곳에서 울려오는 생명의 노래

   이 봄에 우리가 곡 보아야 할 우리 풀꽃 가운데 하나가 할미꽃입니다. 사진은 할미꽃과 친척관계인 풀꽃입니다.

   내일부터는 하시는 일에 따라 며칠 연속되는 휴일을 즐기시는 분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산과 들의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아름다운 계절, 소중한 휴일이 되겠지요. 도시에서 조금만 떨어지면 펼쳐지는 요즘 산의 풍경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산 전체가 그냥 통째로 연초록의 꽃을 피운 듯한 황홀한 광경입니다. 초록의 꽃이 만발한 브로콜리의 가장 아름다운 때의 모습이 이럴까요? 막 새 잎을 돋워올린 연초록, 혹은 신록의 잎사귀들이 펼치는 풍경은 한 해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 아니던가요? 이 즈음이면 어디라도 그런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우리 토종 할미꽃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와 친척관계를 가진 종류의 풀꽃입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사실 진짜로 더 아름다운 광경은 가장 낮은 곳에서 펼쳐집니다. 그리고 더 작은 생명이 펼치는 광경이야말로 경이로움을 동반할 겁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이 즈음에 혹시 아이들과 함께 길을 나선다면, 길 떠나기 전에 문방구에 들르셔서 5백 원짜리 돋보기라도 하나 들고 나가시면 어떨까요?

   그래서 혹시라도 할미꽃과 같이 낮은 곳에 피어있는 꽃들을 만나게 되면, 잠시 걸음을 멈추시고, 아이들과 함께 쪼그리고 앉아서, 혹은 아예 바닥에 엎드려서, 돋보기로 작은 꽃들을 바라보시는 건 어떨까요? 생명이 지어내는 아름다움을 아마도 경이롭게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겁니다. 이 즈음에는 우리 땅 어디라도 흙 한 줌이 있는 곳이라면, 애면글면 움튼 생명의 아우성이 널려있을 테니까, 아주 좋은 기회이지 싶습니다.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주말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낮은 키 식물의 꽃은 몸을 낮춘 채 고개가 아플 만큼 꺾고 속살을 들여다 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요.

-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경이로움을 생각하며 … 5월 4일 아침에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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