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노란 색의 목련 꽃이 부르는 이 봄의 마지막 송가 | |
한적한 숲 속 낮은 곳에서 돌보는 이 없는 풀잎 위에 보석처럼 영롱하게 맺은 아침이슬. | |
[2011. 5. 11] | |
아무렇게나 삐죽삐죽 솟아난 풀잎 끝에도 동산에 해 오를 무렵, 반짝이는 이슬이 맺혔어요. | |
수목원 경내의 고요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고요한 숲을 거닐었습니다. 천천히 비공개 구역을 걸어 올랐습니다. 동백 꽃과 어우러져 목련 꽃 피어날 즈음이면 낮은 곳에서는 수선화가 피어나고, 길섶의 낮은 곳에는 개나리도 다문다문 피어있어, 온갖가지 색깔의 잔치가 벌어지는 곳입니다. 진달래 꽃도 점점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산길이죠. | |
천리포수목원의 목련 중에 가장 늦게 피어나는 축에 속하는 엘리자베스 목련의 노란 꽃. | |
목련 꽃 다 떨어졌다지만, 우리 수목원의 명물 목련 가운데 하나인 엘리자베스 목련(Magnolia x 'Elizabeth')은 지금이 한창입니다.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략 목련은 흰 꽃의 목련이 가장 먼저 피어나고 그 뒤를 이어 붉은 빛의 목련이 피어나지요. 그 뒤를 곧이어 노란 색의 목련 꽃이 피어납니다. 붉은 꽃의 목련을 자목련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노란 색의 목련을 황목련이라고 불러도 될 겁니다. | |
바다로부터 밀려온 짙은 해무 탓에 엘리자베스 목련 꽃 위에도 이슬 방울이 초롱초롱 달렸습니다. | |
개화 시기가 비슷하지만, 황목련의 꽃은 자목련보다 하루 이틀 정도 늦게 피어나는 편입니다. 황목련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가운데 우리 수목원에서 가장 잘 자란 황목련은 사진의 엘리자베스 목련입니다. 여러 그루의 엘리자베스 목련 가운데 이 나무는 고 민병갈 설립자가 그 분의 가까운 친척 어른인 Ruth Miller Kyte 를 기념하기 위해 심은 나무로, 목련 동산의 제일 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 |
꽃이 피고 나서야 서서히 돋아나는 엘리자베스 목련의 초록 잎사귀. | |
우리 수목원의 목련 가운데에는 품종의 이름 가운데 'Yellow' 'Gold' 'Royal' 등의 이름이 들어간 나무들이 대개는 노란 색 꽃의 목련입니다. 여러 품종의 황목련 중에 아무래도 가장 돋보이는 건 엘리자베스 목련입니다. 대개의 황목련이 잎과 함께 꽃이 피는데, 엘리자베스 목련은 잎보다 먼저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그 노란 색이 더 돋보이는 겁니다. 이 목련은 노란 색의 꽃을 그처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뉴욕의 브루클린 식물원에서 선발해낸 새 품종입니다. | |
짙게 깔린 바다 안개에 자무룩하게 젖어든 목련 동산에 홀로 아름답게 꽃을 피운 엘리자베스 목련. | |
엘리자베스 목련이 꽃을 피운 이 즈음에 동백 꽃도 한창입니다. 목련은 물론이고, 동백도 예년에 비해 개화 시기가 적어도 열흘에서 보름 정도 늦은 셈입니다. 이렇게 엘리자베스 목련이 꽃을 피우고 나면, 이제 우리 수목원에 있는 대부분의 목련은 그 찬란했던 봄의 송가(頌歌)를 모두 마치는 셈이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이 아름다운 수목원에도 여름 빛이 찾아 들겠지요. | |
목련 동산 한가운데에서 이 봄의 끝을 잡고 어느 누구보다 찬란하게 봄의 송가를 부르는 엘리자베스 목련의 싱그러운 자태. | |
며칠 째 내리는 비가 마치 여름의 장맛비처럼 끊이지 않고 계속되네요. 먹구름 가득인 잿빛 하늘도 여름 장마철을 닮았습니다. 개화가 늦었다는 이야기는 봄이 늦게 찾아왔다는 이야기인데, 여름은 여느 때보다 더 빨리 찾아오려나 봅니다. 도무지 따라잡기 힘든 계절의 흐름을 우리 식물들이 어찌 견디려는지, 다시 또 모두의 안부가 걱정되는 아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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