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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동백 꽃 피고 수선화 꽃 지고, 그렇게 봄날은……

by 丹野 2011. 5. 16.

[나무 엽서] 동백 꽃 피고 수선화 꽃 지고, 그렇게 봄날은……

   남녘의 동백은 이미 오래 전에 낙화를 마쳤겠건만, 천리포수목원의 동백은 지금 가장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개화가 늦기는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늦네요. 늦어도 지나치다 할 만큼 늦은 셈입니다. 여러 동백 중에 'Elegant Beauty' 라는 이름을 가진 동백의 화사한 꽃입니다. 어쩌면 저리 절묘하게 이름을 붙였나 싶을 정도로 우아한 아름다움을 갖춘 아름다운 동백 꽃이에요. 겨울 추위 혹독하게 보낸 뒤에 핏빛으로 붉게 피는 우리 동백과는 사뭇 다른 아름다움을 가져서 눈에 들어오는 꽃입니다.

   숲을 돌아나오며, 이제 차츰 시들어가는 수선화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습니다. 아침 햇살을 등지고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나그네를 손짓하는 정열의 꽃 수선화입니다. 이제 다시 저 정열의 봄 꽃을 만나려면 여름 가을 다 보내고, 숲이 고요 속에 잦아드는 겨울도 보내야 하겠지요.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내려도 저 환한 웃음 잊지 않고,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려고 오래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마지막까지 환한 웃음을 잃지 않는 수선화 꽃의 마지막 봄 노래가 안쓰러워 돌아서지 못 하고 한참 동안 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세상의 모든 꽃은 단 한번만 핀다는 깨달음으로 5월 12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