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살로메(Lou Andreas Salom)니체와 릴케, 프로이트의 연인이자 어머니이자 마돈나였던 운명의 여인..
내 눈빛을 지우십시오..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십시오. 나는 당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습니다.
팔이 꺾여도 나는 당신을 내 심장으로 붙잡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멈춘다면 나의 뇌수가 맥박칠 겁니다.
나의 뇌수를 불태운다면 나는 당신을 피속에 싣고 갈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루 살로메를 위해 쓴 시 -
파울 레, 바그너, 니체, 톨스토이, 릴케, 마르틴 부버, 하우프트만, 스트린드베리, 베데킨트, 프로이트 등 수많은 지성인들과 사랑,혹은 우정으로 깊은 관게를 쌓고 영감을 주고... 또 슬픔과 배신, 고통을 준 ... 혹자는 그녀가 미술애호가들이 미술품을 수집하듯 유명한 남자들을 수집했다고 비난했고, 살아 생전 늙지 않는 마녀라고 불리우고 독일에서는 추방운동이 버러질 만큼 스캔들에 쌓여 살아야만 했던 여인..
타고난 천재적 성품으로 많은 남성들을 뇌쇄했으며 , 마력이 있는듯 빠져나올수 없는 수렁같은 그녀의 영혼, 아름다운 육체.. 몸매가 육감적이거나 하진 않지만 항상 청초하고 우아한 모습을 죽을때 까지 간직한 소녀같았던, 지적 호기심과 학문에 대한 탐구가 누구보다 뛰어났던 성숙 한 여인.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Lou Andreas Salomé (1861.2.12~1937.2.5)
한번이라도 그녀와 말을 나누면 사랑하지 않을수가 없었던... 니체를 사랑의 열병에 빠뜨리고 사랑의 아픔을 승화시킨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편찬하게 했고, 허무주의에 빠지게 했으며 릴케를 사랑의 광인으로, 열렬한 사랑의 시를 쓰는 낭만의 신으로 만들고, 프로이트를 당대 최고의 정신분석학자로 만든 그녀의 매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오늘은 제가 관심있게 지켜온, 동경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조금 경악스럽기 까지 한 그녀의 성품과 사랑, 고뇌했던 삶의 궤적을 이야기 해볼까해요.
나의 하나님 - 김춘수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순결이다. 삼월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둣빛 바람이다.
수많은 지식인들의 연인이자 누이이자 어머니같은 존재였던 여자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이하 루 살로메) 그녀를 처음 알게된건 김춘추 시인의 시 <나의 하나님> 에서 이다. 릴케와 루 살로메(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의 이야기.. 국어선생님께서는 그녀의 이름을 말하진 않았지만 릴케가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는데 그 여인때문에 릴케는 자살을 했다고 하셨어요. 사실 릴케는 장미에 찔려 폐혈증으로 죽었지만 (백혈병으로 죽었다는 설도 있다.) 루 살로메 때문에 자살했다는 설도 무척이나 많았기에 그건 일단 넘겨두고, 낭만주의 서정시인 릴케가 그렇게 죽도록 사랑했던 슬라브의 여인은 과연 어떤 여자였을까란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한 5분정도의 의문으로 머릿속에 남겨두고 언어영역 다음장을 풀었지만..;; 이후 대학교때 아빠의 서재에서 발견한 낡고 노랗게 색까지 변색된 책을 한권 일게 되었다. 글자배열마저 세로로 되어 있어서 보기가 무척이나 힘들고 시간도 꽤나 걸렸지만 무척이나 재미있게 일었는데 그 책이 바로 H. F. Peters가 쓴 루 살로메의 일생에 관한 책이었죠.(독서취향이 비슷한 아빠에게 항상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취향이 비슷한건 역시 난 아빠 딸인가봐요- 가끔 옛 고전 소설을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고 있다가 서제에 오래된 같은 책이 있는걸 종종 발견했던지라- 아빠~★)
[루가 방안에 들어서면 마치 태양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 클링겐베르크
1861년 12월 12일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 장군 살로메 가에서 태어난 루 살로메. 부드러운 금발머리, 조그마한 코, 볼륨은 없지만 가볍고 날씬한 몸매, 육감적인 입술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였고 또한 철학과 신학에 관심이 깊은 똑똑하고 성숙한 소녀였습니다. 또한 러시아 젊은 이들이 군국주의와 정부 체제에 대한 반항으로 일으킨 테러에 깊이 감동하고 찬양했던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구속받기를 싫어하며 자유를 갈구하는 소녀였습니다. <인생은 너에게 심술궂게 굴리라, 그것을 착각해서는 안된다. 자기의 생을 살고 싶다면 자신의 손으로 쟁취하라> 항상 그녀는 어릴때 부터 이 구절을 생의 지도원리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것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그 시대 깨어난 지식인이자 신여성,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힌 독자적인 자아가 구축된 성숙한 소녀였다는걸 알수 있죠.
혁명에 흥분하고, 개인의 자유를 강망하며 남녀관계에 대해서 이단적인 생각을 품고있던 그녀는 어느날 신의 존재의 유무에 대해 고뇌하기 시작했고 항상 어린시절부터 외롭고 슬플때 자신을 지켜주던 신이 한번도 모습을 나타내지도 대답해주지도 않았다는것에 실망하기 시작하며 무소부재론을 반박하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잠들기 전에, 힘들때 자신의 방에서 몰래하곤했던 신을 향한 기도는 절대 대답이 없었고, 결국 이 기도들은 사실 아무도 듣지 않는 혼자만의 중얼거림이였다고 생각한 그녀는 경악스러움과 분노에 치닫게 되었고 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이후 교회의 견진성사를 거부한 그녀에게 그녀의 가족들은 길로트라는 네덜란드 출신의 잘생기고 매력적인 목사를 붙혀주게 됩니다. 배우같은 외모, 예언자 같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타고난 언변가, 세상물정에 밝고 실학에 바탕을 둔 지식인 37세 길로트 목사와 당시 17살이었던 루 살로메는 정신적인 교감을 얻었고, 여러가지 사상들로 인해 고뇌하던 청춘은 길로트로 인해 구원받고 그 어둠의 출구를 찾은듯 했습니다. 철학과 신학의 교감, 유럽의 역사와 사상을 가르쳐주는데로 스펀지처럼 빨아드리는 루의 영특함에 감복한 길로트 목사.. 허나 두사람 사이에 사랑이 생겨나고 길로트 목사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습니다. 그 순간 자신보다 20살이나 많은 남자와 결혼을 하고 구속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치게 된 루 살로메는 그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요양차 스위스 취리히로 떠나게 됩니다.
1880년 19살이 된 루는 여성을 받지않기로 유명한 취리히의 대학에 입학원서를 내게 되고 통과하게 됩니다. 당시 대학교육으로 명망이 높았던 취리히에서 그녀는 철학과 신학, 예술과 종교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총명하고 아름다운 루는 기하급수적으로 학문들을 닥치는데로 흡수시켰고 당시 그녀를 가르쳤던 교수 비더만은 크게 탄복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루는 찾아보기 힘든 여성입니다. 어린이 같은 순박함과 감각의 순수성, 동시에 정신의 어린이답지 않은 거의 비여성적인 방향, 또 의지의 독립성을 갖춘 금강석입니다. 그녀가 곱게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있고, 겉치례말로 그 여성에 대해 죄를 짓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 그러던 도중 그녀는 독일의 여권론자이자 페미니스트 말비다 폰 마이젠부르크로 부터 학자이자 작가 파울 레를 소개받게 됩니다. 지성이 넘치고 조금은 우울한 작가와의 교우는 즐거웠고 무신론자 이기 이전에 신에 대한 믿음은 잃었지만 항상 그 신비한 존재에 대한 탐구를 놓지 않았던 루와 완벽한 무신론자인 레는 잦은 토론을 했고 가끔 언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신은 환상이며 신을 믿는 순간은 태아가 탯줄에 매인듯한 안정감을 느낄수 있으나 점점 성장하고 이성에 눈뜨기 시작하는 이성의 성숙은 필연적으로 신앙의 상실을 수반하게 된다고 그녀를 가르치려는 레의 모습에서 가끔 오기를 느끼기도 했던 루. 결국 두 사람은 사랑과 경쟁의 미묘한 줄타기를 하게되고 결국 패배자는 루를 지독하게 사랑하게 되어버린 레 였습니다. 레는 훗날 그녀와의 이별에 슬퍼하고 그녀를 그리워하며 상심으로 가득한 쓸쓸한 삶을 살다가 두사람이 자주 산책하던 곳의 낭떠러지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게 됩니다. 어쨌든... 레의 사랑은 점점 커져가지만 그녀는 그와의 얽매인 관계를 원하지 않았고, 그러던 중 레는 니체를 그녀에게 소개시켜 줍니다. 레는 니체의 지성으로 그녀의 흥미를 끌게 하여 3명을 우정의 관계로 묶은 후 그녀와의 관계를 이어가려고 했으나 예상을 뒤엎고 니체는 루 만이 자신을 이해 할 수 있는 여성이라며 그녀에게 청혼을 하게 됩니다. 역시나 그녀는 그의 청혼을 거절했으나 그들과의 지적 관계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그들에게 <성 삼위일체>의 관계를 제안합니다.
성 삼위일체- 두 남자와 한 여자가 함께 한집에 살면서 사랑보다 더 큰 이상적인 우애를 나누며 육체적 관계가 아닌 지적인 교감을 나누는 관계. 엷은 베일에 싸인 중혼의 관계.... 어찌보면 말이좋아 성 삼위일체-이상적인 우애의 관계이지 이 이상하고도 어이없는 관계를 루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두 사람을 받아 들이게 됩니다. 이를 기념하며 찍은 세사람의 사진에서 니체와 레는 마차를 타고 있고 루는 고삐를 끌고 있는데 이 사진으로 인해 루는 스캔들에 휩싸입니다.
성 삼위일체의 관계가 시작되었을때 그녀는 시 생에 바치는 찬가를 발표했고 그녀가 이 시를 낭송할때 니체는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신비에 가득찬 생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벗이 그의 친구를 사랑하듯이 몇 천년을 사색하고, 생을 누리기 위해 그 두팔로 힘껏 껴안아 주세요. 이제 더 주실 행복이 없다면, 당신의 고뇌를 주십시오.
-루이즈 폰 살로메(그녀의 처녀적 이름)-
눈물을 흘릴만큼 니체의 절망적이고도 일방적인, 권위적인 사랑을 거절한 루. 이로 인해 배신감과 분노, 슬픔과 아픔의 소용돌이에서 몸부림치던 니체의 영혼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를 집필하게 됩니다. 그녀와의 사랑은 그의 뇌수에 분노의 불꽃을 당겼고 이내 폭팔한 그는 증오로 뒤엉켰으며 사람들과 그녀를 사랑하는 레 까지 그녀에게 니체에게 경솔한 행동을 했다고 다그쳤고, 니체는 점점 자신의 분노를 주체할수 없게 되었습니다.
<잠들 수만 있다면! 그런데 아무리 강한 아편을 먹어도 안되고, 여섯시간, 여덟시간을 걸어다녀도 잠이 오지 않소! 이런 오물을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의 비버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 나는 파멸이 있을뿐이오!! -니체->
또한 니체는 짜라투스트라에서 루를 향한 구절을 남깁니다.
“여자를 보려 하려는가? 회초리를 잊지 말아라.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中”
이 사건으로 인해 루는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트의 미움을 사게 되고, 오빠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그의 철학의 열열한 신봉자였던 엘리자베트는 그녀는 요녀이며 남자를 밝히는 사악한 여자라고 소문을 내며 그녀를 증오하게 되어 루 비난운동의 총부리를 들게 됩니다.
니체가 떠난 이후 레와 루는 계속해서 동거를 했고 육체관계가 아닌 정신적인 관계만을 지속하는 이 위태로운 이인 일체의 관계는 점점 나락으로 치달아 갔습니다. 두 동거기간 중 1885년 레와 루는 각각 철학논문 '양심의 기원' 과 심리소설 '신을 에워싼 투쟁' 을 발표했고 레의 논문은 비교적 조용한 반응을 얻었고 루의 소설은 그녀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비평가들은 그녀의 소설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죠. 물론 니체는 혹평을 했지만 말이지만요-
수많은 남자들을 레와의 이인일체 시절에 만났지만 결국 마지막은 레에게로 돌아온 그녀였습니다. 허나 그런 그녀가 돌연 결혼을 선포했습니다! 1887년 프리드리히 카를 안드레아스라는 동양학자와의 결혼.. 이것은 그를 지독하게 사랑하고 지켜주었던 '오빠'이자 정신적인 사랑 레 뿐만아니라 그녀를 지지하고 찬미하던 베를린의 친구들과 애인들에게도 적지않은 충격을 주었죠. 허나 강인하고 결단력있으며 남자다운 안드레아스에게 순간 단단히 빠져버린 루는 레에게 그와의 결혼이후에도 정신적은 교감관계를 맺기를 원했지만 레는 이를 거절하고 루는 상심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열적이고 엄청난 결단력을 가진 조금은 권위적인 안드레아스에게 빠져버린 그녀는 결국 그렇게 결혼을 하게되었습니다. 작은키, 누가봐도 딱히 뛰어나지 못한 외모의 이 낯선 남자에게서 레는 어이없는 감정을 느꼈지만, 루는 안드레아스에게서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이국의 경험담을 들으며 아라비안 나이트를 듣는듯한 재미와 매력을 느꼈고, 그의 강인한 성품에 빠졌다고 말합니다. 허나 이 관계 역시 오래 가지 못했죠.. 허허... 루는 그에게 급격히 빠져들었고 결혼을 허락했으나 아마도 이 이면에 그녀는 안드레아스로부터 아버지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러시아 장군인 아버지는 그녀의 남성관에 영향을 주었고 어린시절에 자신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안드레아스에게서 부성애 비슷한 것을 원했던것 같아요. 허나 결혼생활이 시작되면서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그녀를 혼란스럽게 했고, 무엇보다 밤에 그가 잠자리를 요구할때마다 엄청난 공포에 떨었다고 합니다. 뭐랄까.. 근친관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이 비슷한 감정을 그녀가 느끼지 않았나 합니다. 아버지같은 안드레아스와의 성적인 관계는 그녀에게 상상도 할수 없었고, 그녀가 잠든사이 몰래 그녀와 관계를 맺으려던 남편 안드레아스를 무의식적으로 목졸라 죽일뻔한 일화는.... 그녀가 얼마나 그와의 잠자리를 두려워 했는지 알수 있습니다. - 니체는 그녀는 냉감증이라고 비난했고, 사람들은 그녀가 섹스를 할수 없는 몸이라고 오해했지요.
이렇게 두사람의 관계는 성관계를 할수 없는 역시나 미묘하고 이상한 부부관계가 되었고, 결혼생활 도중에도 루는 또다는 연인들을 만들게 됩니다. 아마 안드레아스는 그 관계들을 눈치챘지만 이혼은 해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루에 대한 소유욕이 배신감이나 분노보다 더 컸던 것이지요. 독일 사회민주당 창시자인 게오르크 레데부르크, 빈의 의사 프리드리히 피넬레스와의 관계.. 레데부르크는 루의 애인이였고 피넬레스는 그녀의 주치의였습니다. 결혼생활 도중에도 그녀는 레데부르크와 여행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 사이 많은 지식인들의 구애를 받았고 데이트를 했는데, 그들은 그녀를 욕하고 비난하기보다는 그녀는 결혼과 연애로 메어둘수 없는 여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몇몇 사람들 특히 희곡가 베데킨트는 그녀와의 데이트 이후 그녀에게 육체적인 관계를 시도하려다가 창피를 당하고, 후에 <지령>이란 작품속에서 루루라는 창녀를 그녀에 빗데어 쓰기도 했습니다. 허나 놀라운건 그때까지 그녀는 처녀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남자들을 만났지만 끝내 그녀는 몸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후에 사람들은 그녀가 처음으로 마음을 진정하게 허락한 사랑은 릴케였고, 육체를 처음으로 허락한 남자는 의사 피넬레스였다고 추측합니다. 루는 릴케를 만나기 3년전에 그를 만났고 한동안 비공식적인 아내 역할까지 했다고 합니다... ; 피넬레스의 별명은 체멕 - 1895년 프로이트의 세미나에서 만난 두사람은 당시 스물일곱살과 서른네살, 7살 차이였고 루가 연상이였습니다. 더욱 놀라운건 체멕의 누이들은 그 두사람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죠; 흠.. 어쨌든, 루는 공식적으로 돌아갈수 있는 남편과, 비공식적이지만 완전한 사랑을 받는 남편 두사람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움을 느꼈고, 인정받지 못한 관계에서 체멕은 괴로움과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허나 그런 도중에도 루는 천상의 사랑을 동경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의 삼중의 소망인 애인이며 어머니이며 마돈나 일 수 있는 그런 남성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던 그녀가 36세이 되던 해 뮌헨에서 친구로 부터 아직 젊고 무명시인이었던 오스트리아인인 르네 마리아 릴케를 소개받게 됩니다. 당시 릴케의 나이는 22세. 그가 태어난 프라하에서 최근 뮌헨에 갓 올라온 참이었습니다. 그는 태생이 수줍고 소극적이며 온순한 성격을 가졌고, 강해보이지 않고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깔끔한 용모의 소유자였습니다. 처음 릴케가 루에게 시를 써서 보냈을때는 그저 유명인들에게 자신의 시를 알리고 친분을 쌓고자 하는 작은 몸부림이였지만 점점 루를 만날수록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루는 그를 조심성있게 대했지만 점점 더 열열한 구애를 하는 젊고 낭만적인 이 남자에게 그녀는 더이상 거절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이후 그는 매일매일 새로운 시를 썼고 <루와 사랑에 빠지면 9개월안에 대작을 쓰게 된다>는 속설에 화답하듯 그는 수많은 서정시들을 남기게 됩니다. 초반 그가 쓴 시들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언어적인 기교, 유려한 리듬, 짜임세있는 압운 등에서 정감을 느끼고 황홀감을 느꼈지만 그것이 그녀의 지성에는 그리 호소하지 못했고, 시로 느끼는 황홀감은 잡으려 하면 사라지는 것이라고 자신은 잘 이해할수 없다고 말했고 이로 인해 릴케는 감정이 아닌 좀더 단순한 사물에 대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릴케가 루의 영향으로 훗날 쓴 시집이 바로 -신시집-입니다.
<나는 당신이 되고싶습니다. 나는 당신이 알지 못하는 어떤 꿈도 꾸고 싶지 않으며, 당신이 동의하시지 않는 어떤 소망도 바라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영광되게 하지 않는 어떤 행위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되고 싶소. 그리고 나의 심장은 마리아상 앞의 영원한 람프처럼, 아름다운 당신 앞에서 불타고 있습니다.> - 루 살로메에게 릴케가 보낸 편지 中-
그리고 그녀는 릴케와의 관계를 훗날 이렇게 회상합니다. 나는 수년 간 당신의 여자였다. 왜냐하면 당신은 생 자체에 이의가 있을 수 없는, 인간과 육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곳에 당신은 나의 첫 번째 현실이었다. 우리는 형제자매 사이의 결혼이 모독당하기 이전인 머나먼 과거 경우처럼, 형제자매였다 - 나의 생애 (루 살로메作) 中-
릴케에게 그녀는 연인이였고, 어머니였고, 마돈나였습니다. 릴케와 관계하면서 루는 릴케의 놀라운 지성과 재능, 풍부한 감수성에 감탄하면서도 훌륭한 소질에 비해 훈련되지 않은 이성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릴케는 그녀의 옆동네에 살면서 루 부부의 주위를 멤돌았고, 루는 그에게 많은것을 제안하고 배울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로 인해 릴케는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빠른 속도로 언어를 습득하여 사람들을 놀라게했습니다. 허나 언제나 그러하듯 그녀는 얽메이는 것을 두려워했고, 릴케에게서 그와 아이를 갖고 어머니가 되고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구속된다는 두려움에 몸을 떨어야만 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릴케에게서 점점 멀어짐을 느꼈고 사랑보다는 좀더 모성애에 가까운 감정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징조를 감지한 릴케는 좀더 그녀에게 집착하게 되고 정신병 증세를 앓게 됩니다. 단순히 시적인 영감을 주는 마돈나에서 점점 그의 시가 루 살로메가 되고 이젠 시인인 릴케 그조차도 루살로메로 지배당하게 된것입니다. 두사람은 루의 고향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하기까지 했으나 릴케는 그녀의 고향을 방문했다는 기쁨과 감동을 받기가 무섭게 그녀의 무관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럴수록 릴케는 점점 루 뿐만아니라 자신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엄청난 사랑, 러시아인보다 더한 러시아 민중을 향한 사랑과 집착 보여주었고 이는 곳 루에 대한 집착을 투영하는 것이였으며 루는 점점 그의 공포에 마비된것 같은 이상한 불안 증세에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항상 물에빠진 아이처럼, 맹수앞에서 보호를 구하는 어린아이처럼 자신에게 절박하게 매달리고 집착하고 울부짓는 릴케의 불안한 삶을 떠안을수 없다고 결정한 루는 이 관계를 끝내기로 합니다.
[라이너를 떠나야 한다] 루는 일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릴케는 루가 떠난후 그녀를 그리워하며 점점 미쳐가는 듯한 행동을 보였고, 또한 그녀의 자리를 대신할 누군가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합니다. 얼떨결에 아무 여인과 결혼까지 했으나 결국 그 결혼은 오래가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닿게 되죠.
뭐... 그래도 후에 릴케와 루의 우정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루와의 이별 이후 그는 시적으로도 인간으로서도 좀더 성숙해지고 완성된 모습을 찾으려 했으나 실패를 맞게되고 파리로 떠나게 됩니다. 이후 파리에서 뮌헨, 스위스로 이어지는 두사람의 관계는 릴케의 일방적인 사랑과 집착, 루의 모성애 강한, 인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릴케는 가끔 루를 만날때 마다 기쁨에 가득찼고, 헤어지는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고 합니다. 자주 만날수 없었던 두사람은 편지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 받았고 이 편지들 속에서 그들의 우정 혹은 릴케의 일방적 사랑은 절정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릴케의 불안감이 다시한번 크게 엄습해 오면서 루가 그토록 경고했던 우정의 관계의 선을 넘지 말라던, 그녀를 되찾고 싶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고 고통받게 됩니다.
<이것은 무서운 윤회다. 브로이크휄쉬의 지옥의 그림과도 같은 속박 속에 나를 끌어 들이는 흉악한 마술의 굴레>
릴케는 루에게 다시한번 자신을 찾아와 달라고 매달리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고 루는 릴케에게 다시한번 편지를 씁니다. 허나 이러한 편지는 온몸과 정신이 문들어 무너져 내리는 가련한 시인에게 아무런 약이 되지 못했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한결같은 열정으로 그녀를 사랑했으며 그녀에게 매달렸습니다. 1926년 12월 스위스에서 임종을 앞둔 고통속에서도 그는 '루는 모든것을 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라는 말과 함께 숨을 거둡니다.
1911년 바이마르의 국제정신분석학회의에서 그녀는 드디어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만나게됩니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50세. 프로이트를 만나기 전 그녀는 처음으로 임신을 하게 되고 아이의 아빠는 체멕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한 임신.. 그녀는 불륜의 관계에서 온 아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 창피함보다는 생명을 잉태했다는 기쁨과 놀라움에 환희에 차 있었습니다. 체멕은 안드레아스에게 이혼을 요구하려 했지만 순간 자신은 평생 안드레아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꺼라는 공포가 밀려오면서 그녀는 아이를 낙태를 결심하게됩니다. 이루 인해 루는 자신은 어머니로서의 기쁨은 누릴수 없을것이란 절망감에 빠져 어머니로서의 모든것을 단념하기로 합니다. 이후 물론 이런 도중에도 운명의 장난인지 루는 또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바로 프로이트의 제자인 한 동료, 피넬레스와 비에레입니다. 비에레는 결혼을 한 상태였고 열다섯살이나 그녀보다 어렸지만 그녀의 마력에 사로잡혔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젊은 비에레에게 루는 영감을 주는 원동력이었고 매력적인 애인이었고 그가 후에 프로이트를 그녀에게 소개시켜 주게됩니다.
루는 자신의 연구가 정신분석학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빈 정신분석 학회(WPV)에 가입하고 싶어하지만 쉽지않았습니다. 허나 프로이트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그녀를 꽤뚫어보고 그녀가 가진 재능과 지적 호기심에 흥미를 느껴 그녀를 가입시켜주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흥미, 니체와 그녀와의 관계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가쉽에 쫌더 눈이갔던 프로이트였지만 점점 그녀의 비범함과 정신분석학에 대한 깊은 애정, 학문에 대한 욕구를 알아차리고 그녀를 진정한 학문의 동반자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역시나 그녀에게서 사랑의 감정 비슷한걸 느끼게 된것 같습니다. 그녀가 참가하지 않은 그의 학회에서 쓸쓸함을 느꼈고, 그녀가 다른 학회에 참석한걸 알고는 질투와 분노를 느낀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제 저녁 회합 때 나는 당신이 그리웠다. 남성적 항의 모임에 당신이 나타난 것보다 당신이 부재 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밤이었다. 나는 모임의 청중 가운데 한 사람에게 언제나 내 강의를 들려주고자 하는 나쁜 습관을 갖고 있다. 어제는 당신에게 예약된 빈자리 이외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점점 정신분석학이 자신의 모든 학문을 통합해주고 정리해 줄수 있는 완벽한 매개체라고 느낀 그녀는 더욱 이 학문에 주력하게 되고, 프로이트와 서로에 존경과 경외감을 바탕으로한 평생우정을 다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수많은 논문과 임상실험과 정신분석학에 입각한 소설을 편찬합니다. 이제 그녀는 단순한 프로이트의 추종자가 아닌 그의 철학과 학문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임상분석가로 활동하곤 했습니다. 또한 1923년 그녀는 쾨니히스베르크로 가서 5명의 의사와 환자들을 분석하며 정신분석에 관한 그녀의 연구를 지속했고,독일을 휩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난을 피할수 없었던 루를 프로이트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보살펴주고 부양해 주었습니다. 그녀의 인생에서 신앙에 대한 경험들, 사랑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감정들, 니체, 릴케, 프로이트, 러시아.. 자국의 사랑과 연민, 유럽에 대한 동경과 애착, 이 모든것들이 점점 그녀의 연구의 마지막에 박차를 가해오면서 모든 존재의 합일을 깨닫게 되었고 그녀는 이 신비로운 유기적 관계에 경탄하며 정신분석학으로서의 그녀의 연구의 종지부를 향해 달려가게 되고, 프로이트에게 감사를 표하며 .<프로이트에 대한 나의 감사>를 집필합니다.
이후 죽을때까지, 죽은후에도 그녀를 사랑한 그녀의 70대 노년기에 찾아온 파이퍼와의 연애... 프로이트와의 우정은 계속되었고, 연구 역시나 계속되었습니다.
1937년 1월 5일 해질무렵 그녀는 자는듯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임종을 앞둔 몇일전 그녀는 눈을감고 '내가 생각을 바꿨다면 아마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겠지.. 제일 좋은 건 역시 죽음이지' 라고 파이퍼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그녀의 유골을 재로 만들어 뿌려달라고 했지만 독일법상 그것은 금지되었었기에 결국 그녀의 유골은 그녀의 남편 안드레아스와 함께 묻히고 맙니다. 평생 그녀가 벗어나고 싶어했고 두려워했던 그녀의 남편옆에서 결국 묘비명도 없이 그렇게 묻혀버린것이죠....
그녀가 죽은 후 나치 정권은 게슈타포를 보내 그녀의 모든 책과 서류를 압수했고 루는 정신분석가로, 나치가 유대인의 과학이라고 한 것을 실행하였고, 그녀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협력자, 친한 친구이며 그녀 서재는 유대인 저작들로 가득 차 있기에 압수한다고 말했습니다.
혁명의 싹이 트던 러시아의 혼란의 시기에서 태어난 그녀는 결국 나치의 치하의 독일에서 평생을 벗어나려 했던 남편에 매여 죽음을 맞이했습니다..그녀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고 구속받고 얽매이는것들에 극도로 두려움을 느꼈고, 사랑하는것에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녀는 자유연애주의자로써 비탄받을 수 도 있겠지만, 그런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고 지지했던 수많은 애인들과 그들의 지적 업적들을 보면 그녀는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있는 애인이자, 영감을 주는 훌륭한 예술과 지식의 창조를 돕는 어머니이자 마돈나 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약<아가> 中 한구절이자 H.F페터즈가 그녀에 대한 에세이를 쓰면서 인용한 글 한구절을 남깁니다.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그대는 내 마음을 빼앗았노라. 그대 눈길 하나로 목구슬 하나로 내마음을 빼앗았노라.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 그대의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대의 사랑은 포도주보다 아름답도다.
Gloomy Sunday / Heather Nova ▶ 출처 / 태양의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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